올 여름 폭염이 대단할 줄은 미리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날씨를 분석하고 예보를 전달하는 일을 30년 넘게 하고 있지만 아직도 매년 자연의 힘에 놀라곤 하는데요. 지난 1994년 이후 가장 심한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10일) 울산공항에 있는 자동기상관측장비의 기온은 무려 40.3도까지 치솟았습니다. 과거기록이 없어 비교가 불가능해 통계적 의미를 논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한반도에서 기록된 기온으로는 최고 기록입니다.
통계적인 의미가 있는 기온 기록으로 39.5도가 넘는 기록은 몇 개 되지 않는데요. 가장 기온이 높았던 기록은 대구가 42년 8월 1일에 기록한 40.0도, 그 다음은 1939년 추풍령이 갖고 있는 39.8도입니다. 3위 기록은 42년 7월 28일 대구에서 기록된 39.7도입니다.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이 기록들이 이제 가시권 안에 들어오고 있는데요. 더위의 원인인 북태평양 고기압의 힘이 최근 들어 계속 강해지고 있는데다 그 ‘열핵’의 중심이 우리나라 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폭염에 이어 내년 그리고 후년에도 폭염의 기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입니다.

뜨거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턱하니 버티고 있는 바람에 태풍도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남부에서 중국 남부까지 길게 힘을 이어지고 있어 태풍이 좀처럼 북상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올 태풍은 현재까지 11개 발생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11호 태풍이 지난 밤(11일) 필리핀을 강타한 뒤 중국 남쪽을 향하고 있는데요, 이름은 ‘우토르(UTOR)’라고 합니다. 미국말로 스콜선을 의미한다고 하는데요. 중심기압이 940헥토파스칼,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시속 169km나 되는 매우 강한 태풍입니다.
하지만 이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을 피해 수요일 밤에서 목요일 새벽쯤 홍콩 서쪽 해안에 상륙한 뒤 열대성 저기압으로 약화돼 소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없는 것이죠.
태풍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아주 가끔 효자 노릇을 한다는 데 있습니다. 태풍은 대부분 큰 피해를 내 기상현상 가운데 가장 큰 걱정거리임에는 분명하지만 가끔은 부족한 강수량을 메우기도 하고 바닷물을 뒤엎어(심층수를 끌어올려) 적조현상을 한 번에 해결하기도 하거든요. 이럴 때 우리는 태풍을 ‘효자태풍’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기압계를 크게 흔들어 고착화된 날씨 패턴을 바꾼다는 점은 태풍이 갖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데요. 지난해 서울에 이어지던 폭염을 몰아낸 것도 태풍이 해결사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태풍은 언제쯤 한반도 부근에 모습을 보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은 아직 드리기가 힘듭니다. 다만 이제 태풍이 발생할 조건이 잘 갖춰진 시기로 접어들고 있어 앞으로는 태풍 소식을 자주 전해드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8월 말에서 9월 초에는 태풍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추석을 전후한 시기 역시 태풍 영향 가능성이 높은 시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태풍의 영향이 없었던 해도 있었든 만큼 아직은 그냥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