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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국민가수 부부, 외동아들 감싸다 수렁으로

우상욱 논설위원

입력 : 2013.08.10 07:45


요즘 중국에서 폭염만큼이나 뜨거운 뉴스는 '국민가수' 리솽장의 외동아들이 저지른 집단 성폭행 사건입니다. 거의 한 달 내내 매일 속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얘기하기에 앞서 리솽장이 어떤 인물인지부터 소개해야겠군요. 올해 나이 74세인 리솽장은 중국에서는 '국민가수'라는 칭호만으로 모자랄 정도의 인물입니다. 우리로 따지면 '가왕' 조용필급의 인기를 얻는 인기가수이자 원로가수이면서 인민해방군 예술학원 소속의 군간부이기도 합니다. 거의 전 중국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왔습니다.

그의 아내는 역시 인기 가수인 멍거(본명 류칭디)입니다. 24세의 나이로 27살이나 연상인 리솽장과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부부는 리솽장이 환갑에 가까워진 나이에 외동아들(리톈이)을 얻었습니다. 국민가수 부부의 아들은 당연히 국민 아기가 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전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리솽장은 이른바 아들바보로도 유명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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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울 것 없는 환경이 오히려 독이 됐을까요? 늘그막에 얻은 아들에게 너무 오냐오냐 했을까요? 리톈이는 엇나가기 시작합니다. 지난 2011년 15살의 나이에 무면허로 BMW 승용차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그리고 적반하장격으로 피해자 부부를 폭행했습니다. 그후에도 이런저런 말썽을 일으켰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중은 사춘기 소년의 치기와 실수 정도로 받아들였습니다.

올해 2월 리톈이는 결국 대형사고를 냅니다.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술에 취한 접대원을 친구 4명과 함께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것입니다. 대부분이 미성년자인 이들 다섯 명은 신분을 속이고 유명 클럽의 가장 비싼 방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18살의 여성 접대원까지 불렀습니다. 이후 5명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이 접대원을 호텔 방으로 데려가 나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 경찰 조사 결과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중국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기에 충분했지만 정작 중국인들의 분노를 산 것은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2월에 발생한 이 사건이 이례적으로 오랫동안 처리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갖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리텐이가 아버지의 영향력을 이용해 아예 기소되지 않을 것이다' 또는 '형량이 높은 집단 성폭행이 아니라 일반 성폭행 혐의로 기소될 것이다' 등등. 실제 중국 검찰은 '수사 미진'을 이유로 사건 수사를 공안에 되돌려보내 이런 의혹을 부채질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5달만인 지난달 8일 리톈이 등 5명은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이후에도 잡음은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리톈이의 어머니인 멍거가 수사 경찰을 찾아가 강력히 항의한 사실이 열 받은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멍거는 리톈이가 나쁜 친구들의 꾐에 빠졌을 뿐이며 특히 접대원은 해당 술집의 사장이 권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해 자신의 아들은 분위기에 휩쓸렸을 뿐 사건은 다른 사람들이 주도했다는 것입니다. 경찰도 이런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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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건 당사자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당시 정황은 이런 리톈이 측 주장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당시 성폭행에 반항하는 접대원을 세 차례나 폭행한 주인공이 리톈이였다는 것입니다. 또 접대원을 가장 먼저 나서서 겁탈한 것도 리톈이였다고 합니다. 술집 주인 역시 펄쩍 뛰었습니다. 멍거가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며 무고 혐의로 고소하고 나섰습니다.

리솽장을 사랑하던 팬들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버렸습니다. 아니 실망감을 넘어 증오로 바뀌고 있습니다. 심지어 리톈이의 변호를 맡은 중국의 유명 변호사에게 살해 협박이 이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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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증오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죠. 유명인을 향한 팬심이 그렇습니다. 사랑과 동경을 쏟아온 대상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보이면 단지 관심을 끊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미워합니다. 이런 대중의 반응은 리솽장이 유도한 셈입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아들이더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정당한 죗값을 치르게 하고 사과해야 하는데 그저 감싸고 모면하기에 급급한 모습만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한 톱 탤런트에게도 매우 비슷한 일이 있었죠? 아들이 성폭행 사건에 휘말려 고소를 당했습니다. 이 탤런트는 사건이 불거지자마자 SNS에 사과글부터 올렸더군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아들이 이런 불미스런 일에 연루돼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요. 물론 앞으로 사태의 추이를 더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어떻든 이 탤런트의 첫반응과 태도는 마땅하다고 여겨집니다.

대중의 지지와 인기를 자양분으로 사는 사람들은 자칫 착각을 하기 쉽습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대중의 지지와 성원, 관심을 일종의 권력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런 힘을 바탕으로 남과 다른 행동을 해도 된다는 생각에 빠집니다. 하지만 거꾸로 그런 인기와 사랑은 책임감이요 의무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 언변 하나하나를 더 돌아보고 조심해야 합니다.

중국의 존경 받던 국민가수 부부는 그만 전자의 착각에 빠졌고 우리나라 톱 탤런트는 후자의 관념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