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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주소' 달아준 강남 비닐하우스촌

입력 : 2013.08.04 16:19

내곡파출소 '하우스촌 주소짓기 프로젝트' 완료…치안불안 해소


출동한 경찰관조차 길을 헤매는 서울 강남의 비닐하우스촌에 정식 주소는 아니지만 어엿한 새 주소가 생겼다.

강남 변두리 1천만㎡가 넘는 임야에 띄엄띄엄 들어선 비닐하우스는 400여곳.

오갈 데 없는 저소득층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오래전부터 모여 사는 무허가 판자촌이라 주소는커녕 전기나 식수도 공급받지 못했다.

관련 법을 적용하면 주소를 받는 즉시 철거 대상이다.

관할 자치구도 존재를 모른 척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은 계속됐다.

한겨울 집이 잿더미가 되는 화재가 일어나고 여름에 음주 폭력 사건이 벌어져도 경찰은 손조차 쓸 수 없는 때가 잦았다.

주소가 없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주변 산과 논밭만 하염없이 헤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경찰이 팔을 걷어붙였다.

매번 현장 근처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서초경찰서 내곡파출소 직원들이 직접 비닐하우스에 '주소'를 붙여주기로 했다.

4개월 안에 작업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120일 작전'이라 이름붙인 이 프로젝트는 내곡파출소에서 1년 넘게 근무하며 좌충우돌한 권기선(41) 경사의 머리에서 나왔다.

권 경사는 4일 "6개월여 전 한 노인이 비닐하우스에서 목매 자살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한참을 헤매다 현장에 가보지도 못했다"며 "경찰이라도 파악할 수 있는 주소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내곡파출소 직원들은 올 3월부터 광활한 면적에 퍼진 '비닐 집'을 일일이 찾는 작업에 들어갔다.

직원 20명이 모두 동원돼 산자락과 논밭을 뒤져 비닐하우스 402가구를 모두 찾아냈다.

발견한 가구에는 '명패'를 붙였다.

4개월이 지나 비닐하우스촌 사람들은 각각 염곡마을 12번지, 샛마을 74번지 등 저마다 '주소'를 갖고 있다.

경찰은 순찰차 내비게이션에 이들 주소와 위치정보를 함께 담아 정확한 위치 파악도 가능해졌다.

탁세훈(57) 내곡파출소장은 "예전엔 비닐하우스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바닷가에 텐트를 쳐놓고 있으니 와달라'는 말처럼 들릴 만큼 막막했다"면서 "권 경사를 포함한 직원들의 고생으로 이젠 어디든 빨리 달려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