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정오 직전 휴양도시 칸은 여유로웠습니다. 해안가에 붙은 5성급 칼튼 호텔은 더 고즈넉했습니다. 이런 적막을 노린 희대의 보석 도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짙은 옷 차림에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모자를 눌러쓴 강도가 호텔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자동권총으로 무장했습니다. 강도는 1층 한편에서 열리는 보석 특별 전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억만장자이자 보석상인 르비에브가 지난 20일부터 전시회를 열고 있었습니다. 강도는 총으로 경비원 등을 위협한 뒤 다이아몬드가 박힌 시계와 보석을 가방에 챙겨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강도가 쓸어간 보석의 값어치는 1억3백만 유로, 우리 돈 1,522억원 어치라고 합니다. 모두 72개의 보석과 시계가 털렸는데, 34개는 값을 매기기 어려울 만큼 특출한 작품이었습니다. 피해액은 역대 최고입니다. 2003년 벨기에서 보석이 털렸는데 이때는 1억 유로였으니 3백만 유로가 더 늘었습니다.

이런 대담한 범행을 과연 혼자 했을까요?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1분 안팎의 단독 범행입니다. 의문이 생깁니다. 우선, 범인은 호텔 1층 정문이 아닌 옆 문을 통해 걸어 들어왔습니다. 이 문은 유리창을 끼운 프랑스식 미닫이문이었는데 평소엔 닫혀 있었다고 합니다. 또 사건 당시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는데, 범인은 인적이 드문 시간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리고 사건 현장에는 보석상이 고용한 사설 경비원 3명, 판매원 2명, 책임자 1명이 있었다는데 눈 뜨고 당했습니다. 총기로 위협했으니 저항하기는 어려웠다고 쳐도, 보석을 쓸어 담아 ‘걸어서’ 호텔을 빠져 나갈 때까지 그들은 뭘 했을까요? 걸어 들어와 조용히 걸어 나간 범행. 범죄 전문가들은 보석상 직원이나 호텔 직원의 은밀한 정보 제공이 있었거나, 보석털이 전문 범죄집단의 소행이라고 추정합니다.
호텔측은 전시회의 경비는 보석상 측이 책임지기로 했으며, 사설 경비원은 무기를 소지할 수 없다는 프랑스 법에 따르다 보니, 경비원들이 멍하게 서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보석상측도 직원들의 공모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범인은 사라지고 보석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보석 전문가들은 범인이 가져간 보석은 다시 시장에 나오거나 은밀하게 팔릴 걸로 예상했습니다. 시장에 내다 팔려면 범인은 장물의 흔적을 지워야 합니다. 모든 고급 보석류는 브랜드별, 소장자별 특징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가공이 끝난 완제품은 카타로그나 특정 번호, 각인이 남아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색상이나 순도, 크기로 구별이 가능합니다. 전문가들은 한 눈에 장물의 원주인을 알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훔친 보석을 쪼개고 녹여, 크기나 형태를 바꾸는 작업이 필수라고 합니다. 주로 아프리카나 브라질, 아시아에서 이뤄지는데 프랑스에서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훔친 보석을 변형한 뒤에는 정상적인 보석 시장에 다시 내놓습니다. 음지에서 양지로 넘어오며 현금화하는 과정이지요. 모스크바, 텔아비브, 앤트워프가 대표적인 보석 시장입니다. 범인이 장물을 광산에서 나온 정상적인 상품인척 감출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역으로 이때 범죄가 들통날 수 있습니다. 2008년 파리에서 8천만 유로 어치를 턴 범인들도 6개월 후에 체포됐습니다.
끝으로는 범인이 매우 신중하거나 은폐나 협상에 능한 경우입니다. 보석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각본대로 즉각 프랑스 밖으로 이동시켜 현금화하거나 일단 묻어 놓고 잠잠해 지면 6개월이나 1년 뒤 파내는 겁니다. 원주인을 협박해 물건을 돌려주고 돈을 챙기거나 특별한 제품을 소장하고 싶은 제3자에게 파는 겁니다. 협상만 잘 된다면 들통날 위험없이 돈을 챙길 수 있어서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시작입니다. 어쨌든 이 대담한 강도가 붙잡히면 헐리우드에서 또 한편의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