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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탈선 고속열차, 왜 '죽음의 질주' 했나

정윤식 기자

입력 : 2013.07.26 13:24|수정 : 2013.07.26 14:51

"기관사 속도광" 의혹도…당국, 기관사 등 정식 수사착수


80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고속열차 탈선 사고의 원인이 과속 운행으로 드러나면서 사고 열차가 왜 이런 '무모한 질주'를 벌였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스페인 갈리시아주 사법당국은 사고 열차의 기관사 등을 상대로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전했습니다.

갈리시아주 사법고등법원은 담당 판사가 경찰에 기관사의 신병을 확보하고 신문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사고 열차의 기관사인 프란시스코 호세 가르손은 가벼운 상처를 입고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며 정식으로 체포되지는 않았지만 경찰의 감시를 받는 상태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사고 장면이 촬영된 폐쇄회로 화면에 따르면 객차 8량으로 구성된 사고 열차는 매우 빠른 속도로 급커브길에 진입해 커브 중간 부분부터 옆으로 쓰러지며 뒤엉켜 버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르손은 조사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커브길에 진입할 당시 열차가 규정 속도를 훨씬 벗어난 시속 190킬로미터로 운행하고 있었음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곡선 구간은 제한속도가 시속 80킬로미터인 구간이었으며 직선구간에서 곡선구간으로 접어들면서 속도를 대폭 낮추게 돼 있었습니다.

스페인 언론들은 가르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을 근거로 그가 속도에 집착하는 이른바 '속도광'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해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속도계 바늘이 시속 200킬로미터를 가리키는 사진과 함께 "난 지금 한계속도로 달리고 있다.

이보다 빨리 달리면 벌금을 물 것"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가르손은 친구가 이 사진을 두고 핀잔을 주자 "민방위대 옆을 질주하면서 과속 경보기가 울려대면 느낌이 어떨지 상상해 보라"며 "하하하, 벌금 꽤 받겠네"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국영철도회사 렌페에 따르면 가르손은 30년 이상의 철도운전 경력을 지니고 있으며 사고 직후에는 산티아고 역과의 무전교신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 같다.

사망자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고 열차에는 가르손 말고도 기관사가 한 명 더 있었지만 사고 시점에는 운전실에 없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전했습니다.

그러나 기관사의 개인과실로 섣불리 결론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구간이 스페인 철도망에 대부분 설치된 자동 속도감시 시스템이 작동하는 곳이기 때문에 기관사가 속도제한이나 경고를 무시하면 열차를 멈추거나 속도를 낮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렌페 측은 해당 열차가 사고 당일 아침에도 안전점검을 통과했다며 차체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은 부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