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기사거리가 없는 요즘 미 정치권의 화제는 단연 그녀입니다. '후마 에버딘(Huma Abedin)',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자 차기 뉴욕시장 후보 1순위에서 이른바 '외설 트윗'으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앤서니 위너의 부인입니다. 남편 앤서니 위너가 잇딴 추문에도 불구하고 최근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 경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순간 그녀는 남편 곁에 있었습니다. 여자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그 어떤 것보다 치욕스런 순간이었지만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남편의 발언이 끝나고 자신에게 마이크가 주어지자 그녀는 말했습니다, "나는 그를 사랑하고 용서했으며 우리는 앞으로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남편의 성추문) 우리 둘과 결혼에 관한 문제일 뿐이라는 것을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전 미국에 생방송된 이 기자회견을 계기로 앤서니 위너에게 쏠렸던 미국인들의 관심은 한순간에 그의 아내 후마에게로 집중됐습니다.
지난 2011년 남편 위너가 추문에 휩싸여 하원의원직 사퇴를 발표할 때 그녀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위너가 온라인 동영상으로 정치적 재기와 뉴욕시장 출마를 선언할 때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오늘자 워싱턴포스트는 "한때 그녀가 위너를 떠날 생각을 했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첫 스캔들 당시 뱃속에 있었던 아이를 위해 마음을 고쳐 먹었으며 최근에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쓰는등 남편을 위해 매우 적극적인 활동을 해 왔다고 합니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마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과거 퍼스트 레이디 시절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을때 남편을 지지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한 순간에 국면을 전환시킨 바로 그 장면 말입니다. 이 일은 계기로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인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며 '정치인의 아내'에서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영부인에서 상원의원으로 , 그리고 국무장관에 이어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이어지는 '정치인' 힐러리 클린턴의 화려한 이력의 출발점이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의 외도였던 것입니다.
자 그럼 다시 '후마 에버딘'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녀는 1990년 대 후반 힐러리가 대통령 부인이었을 때부터 곁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36살이니까 20대 초반부터 힐러리의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배운 셈입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평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객관적인 이력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침착하고 냉정하면서도 일벌레에 가까운 정열적인 모습으로 '힐러리의 비밀 병기'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녀였기 때문에 지난 2010년 연방 하원의원으로 잘 나가는 정치인이기는 했지만 썩 평판이 훌륭하지는 않았던 앤서니 위너와의 결혼을 의외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쨋던 지금 미국인들은 '후마 에버딘'에게서 '힐러리 클린턴'을 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행보를 '정치인의 아내'로서가 아니라 '정치인'의 그것으로 해석하는 언론들도 적지 않습니다. 더구나 힐러리 클린턴의 오는 2016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에버딘으로 쏠리는 관심은 더 극적입니다.
남편을 성추문의 수렁에서 구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새로운 여성 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이 이런 결과를 예상한 정치적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녀가 '제2의 힐러리 클린턴'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과연 그녀는 지금 '정치인의 아내' 일까요? 아니면 '정치인' 아내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