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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국인들이 왜 '로열베이비'에 열광할까?

신동욱 기자

입력 : 2013.07.24 10:30|수정 : 2013.07.24 14:09


이건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싶습니다. 벌써 이틀째입니다. 영국의 BBC가 아니라 미국의 CNN 방송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설사 영국 방송이라고 해도 이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방송국을 아예 통째로 영국 왕실에 헌납이라도 한 듯 이틀 내리 영국의 왕자 탄생만 외쳐대고 있습니다.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 보여준 화면 또 보여주고…도대체 이럴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미국의 언론 보도나 칼럼을 뒤져 봐도 도무지 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자기들이 왜 이러는지 미국 사람들 스스로도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들입니다. 미국의 소설가인 리오넬 슈라이버는 뉴욕타임즈 오피니언 기고문에서 "부끄럽지 않은가?(Have we no shame?)"라고 반문합니다. 미국인들이 영국 전제군주제에 이렇게 강하게 집착하는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왕정이 부러워서 그런다면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게도 똑 같은 반응을 보여야 하겠지요? 그런데 그렇지도 않은 걸 보면 그것도 답은 아닌듯 합니다.

미국인들에게 '영국'은 무엇일까요? 뿌리이자 동시에 '열등감'의 영원한 근원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이 영국인들에게 열등감을 가질 만큼 영국은 이제 더 이상 일등국가가 아닙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석양은 이미 저문지 오래입니다. 세계 최강 미국의 자존심 앞에 버킹검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전에 다름 아닐지도 모릅니다. 영국인을 수식해 온 '세련되고' '문명적인'이라는 평판도 이제는 시대착오적입니다. 한때 미국 사회에서는 영국식 억양을 구사하는 것이 '잘 교육받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중요한 척도인 때가 있었습니다만(지금도 물론 없지는 않습니다만) 이제는 더 이상 아닙니다.

영국 사람들이 로열베이비 탄생에 열광하는 데는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영국인들 대다수가 여전히 왕정을 지지합니다. 왕자의 탄생은 당연히 국가와 국민 모두의 경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왕자의 탄생으로 과거의 영광을 미래에 재연하고픈 보상 심리도 작용했을 겁니다. 실제 발생할 경제적 효과도 만만치 않습니다. 왕자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와인 9천5백만달러 어치가 팔릴 것으로 기대되고 음식물 3천8백만 달러, 책과 DVD 1억1천7백만 달러, 장난감 3천7백만 달러 어치등 영국은 어마어마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관광객들이 뿌리고 갈 돈에 유형 무형의 각종 효과까지는 다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라는 평가입니다.

때문에 영국인들이 잠시나마 왕실의 경사가 기울어져가는 제국의 기둥을 떠받쳐 줄 것이라는 위안과 환상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지 모릅니다. 결국 미국인 DNA 속에 영국을 향한 알 수 없는 그 뭔가가 있다고 밖에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합리적인 설명이 도무지 불가능한 이 소동에 대해 매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미국인이 적지 않지만 반면 이 열풍이 도무지 언제 끝날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