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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김원홍한테 사기당해…고소·소송 계획"

입력 : 2013.07.22 19:28

변호인 교체하고 진술 바꿔…"펀드 조성 김원홍이 종용"


항소심 막판에 변호인을 교체한 최태원 SK 회장이 22일 법정에서 또다시 진술을 바꿨다.

최 회장은 계열사 자금 인출의 통로가 된 베넥스 펀드가 김원홍씨 종용에 의해 자신의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최 회장은 그동안 이 펀드가 그룹 차원에서 정상적으로 조성한 '전략적 펀드'였다고 주장해 왔다.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6번째 공판에서 최 회장은 "김원홍씨한테 홀려 사기를 당했다"며 이같이 진술했다.

최 회장은 "SK C&C 주식을 제외한 전 재산을 김씨에게 맡기고 돌려받지 못했다"며 "김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투자금 반환 소송도 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 진술에 따르면 최 회장은 1998년 손길승 전 부회장을 통해 김원홍씨를 소개받은 뒤 한 달에 한 두 번씩 그를 만나왔다.

최 회장은 "김씨가 주가, 환율, 미 연준 이자율 등에 관해 정통했고 그 덕분에 나도 열린 시야로 경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2005년부터 선물·옵션 투자금 명목으로 김씨에게 총 6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보냈다.

하지만 대박을 노린 최 회장의 무리한 투자는 김씨의 무책임한 태도로 큰 위기에 부딪혔다.

김씨는 2008년 6~8월 추가로 1천억원을 받은 뒤 곧 원금과 이익을 돌려주겠다고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김씨는 자신이 과거 선물 투자로 단기간 원금을 수십배 늘린 기록 등을 보여주며 시간 끌기에 급급했다.

김씨의 거짓말은 최근까지 계속됐다.

최 회장은 "내가 기소되자 김씨가 귀국해 해명하고 투자금도 반환하겠다고 말했지만 역시 거짓이었다"고 털어놨다.

최 회장은 이어 "지난해 6월 2일 대만에서 김씨를 만난 뒤 관계를 끊었다. 더 이상 그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계열사 자금 인출도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한 김씨가 자신 몰래 감행한 범행이라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의 요지다.

다만 최 회장은 김씨 요구로 펀드 조성에 관여한 점을 새로 인정하면서도 계열사 돈이 김씨에게 송금된 사실은 몰랐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최 회장은 "김씨가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를 위해 펀드 조성을 재촉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출자를 지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와 관련 "결국 횡령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지만 피고인은 법적 책임이 엄중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16일 변호인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헌법재판관을 지낸 이공현 변호사로 교체하고 변론 전략 수정을 예고한 바 있다.

최 회장의 진술 번복은 앞서 재판부가 "잘못한 점을 인정하고 반성하면 양형에 참작하겠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판부는 "펀드 출자의 과정, 경위, 동기 등과 김원홍씨와의 관계에 관한 피고인 진술도 거짓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