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조정래 작가의 소설 '정글만리'의 한 장면입니다. 한 농민이 돈을 벌기 위해 아내와 함께 대도시 상하이로 나왔습니다. 이른바 농민공입니다. 아내는 가사 도우미로 일 하고 남편은 건축현장에서 인부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비계(공사장에 인부가 오갈 수 있도록 설치한 가설물)가 무너지면서 남편이 4층 높이에서 떨어집니다. 다리를 크게 다쳐 더 이상 육체 노동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장애를 얻습니다. 하지만 건설사는 아예 만나주지도 않고 무시로 일관합니다. 분노한 남편이 현장 소장을 찾아가 보상을 강하게 요구했다가 폭력배들에게 납치돼 흑감옥(중국의 사설감옥)으로 끌려갑니다. 고문과 갖은 협박 끝에 남편은 풀려납니다. 세상에 대한 비관과 혐오만 가득 안게 된 남편은 건설사 정문 앞에서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인쇄물을 뿌린 뒤 분신 자살합니다.

소설에 나오는 이 이야기와 놀랄 만큼 비슷한 일이 실제 지난 주말 중국에서 일어났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가운데 하나인 베이징 서우두 공항 제3 터미널에서 휠체어를 탄 남성이 스스로 폭탄을 터뜨려 크게 다쳤습니다. 올해 37살의 지중싱씨가 벌인 일입니다. 지씨는 사건 당시 출국장 앞에서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소리 높여 외치면서 전단지를 뿌리려는 순간 공항 경찰들에게 제지 당했습니다. 그러자 폭탄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자폭하기 직전 주변의 행인들에게 피하라고 손짓을 하고 경찰들도 멀리 떨어져 있도록 했다는 목격자들의 말로 미뤄볼 때 테러의 목적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저 스스로를 심지 삼아 불꽃이 되려고 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씨는 왜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요? 지씨가 인터넷에 올린 호소문을 보면 산둥성 출신인 지씨는 20대 때 멀리 광둥성 둥관이라는 곳까지 가서 오토바이 택시기사를 했다고 합니다. 저도 상하이에서 생활할 때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해본 적이 있는데요, 대단히 위험하고 아슬아슬했다는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시간이 급해 버스를 이용할 수 없고 택시는 너무 비싸서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꽤 유용한 교통수단입니다. 하지만 오토바이 택시는 모두 불법입니다. 지씨는 2005년 6월 28일 손님을 태우다가 불법 택시를 단속하던 치안관리원들 예닐곱 명으로부터 쇠파이프 등으로 잔인하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그 결과 척추가 부서지는 바람에 반신불수 장애인이 된 지씨는 노동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이후 8년 동안 두 번의 재판을 포함해서 베이징에까지 올라와 민원을 제기하며 공권력과 길고도 고독한 싸움을 벌입니다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힘 없고 배경 없는 농민공이 법적인, 행정적인 방법으로 목적을 이룬다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아무런 희망도, 삶의 의미도 찾을 수 없었던 지씨는 마지막으로 자신을 불살라 사회에 항의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씨의 사연과 조정래 작가의 소설속 이야기가 대단히 비슷하죠? 조 작가가 예지력이 있어 수개월 뒤에 벌어질 일을 예감했던 것일까요? 사실은 중국에 이와 비슷한 일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농민공의 항의라면 2009년 허난성 농민공 장하이차오씨의 사연이 떠오릅니다. 광산 노동자로 일하던 장씨는 3년만에 진폐증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회사측은 끝까지 직업병 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았습니다. 위자료를 아끼려고요. 회사측에 포섭된 직업병방지병원은 한술 더떠서 폐결핵 진단서를 떼주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장씨는 자신의 모든 돈을 털어 자비로 폐를 절개해 열어보는 검사를 감행했습니다. 이런 사연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전국이 들썩거렸고 해당 도시의 위생국 부국장이 면직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불법택시와 관련된 일이라면 쑨중제씨의 사건이 있습니다. 상하이시에서 여러해 동안 불법 택시를 근절하겠다며 단속원을 고용해 이른바 '낚시질'을 했습니다. 차를 태워준 운전자에게 돈을 줘 받도록 유도한 뒤 이를 증거로 불법 택시로 신고하도록 한 것입니다. 단속원은 이렇게 불법 택시를 고발하면 실적도 올리고 벌금의 일부도 받을 수 있다보니 애먼 운전자까지 불법 택시로 몰아가는 사례도 비일비재했습니다. 2009년 10월 허난성 출신의 18살 쑨중제군은 이런 방식으로 불법택시라는 모함을 받게 되자 분노해 자신의 손가락 하나를 잘라버렸습니다. 이 역시 언론에 크게 보도됐고 이후 '낚시질'은 사라졌습니다.

사회에 대한 분노가 쌓이다 못해 자기자신은 물론 애꿎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일도 빈발합니다. 2011년 5월 푸젠성 푸저우시에서는 강제적인 토지 수용에 불만을 품은 한 농민이 검찰 청사와 구정부 청사, 인민광장 세 곳에서 사제 폭발물을 잇따라 터뜨려 자신을 포함해 3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바로 얼마전인 지난달 7일에는 푸젠성 시아먼시에서 사회복지수당을 탈 수 없는데 대해 불만을 품은 60살 천모씨가 달리는 버스 안에서 불을 질러 무려 47명이 숨지는 참극을 빚기도 했습니다. 2009년에는 쓰촨성 청두시에서 한 실직자가 만원버스에서 불을 놔 27명이 숨졌습니다.
중국은 눈부신 경제 발전을 거듭해 순식간에 G2로 부상했습니다. 전국 곳곳에 마천루가 솟아나고 신도시가 건설돼 시쳇말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심지어 2016년에는 미국마저 제치고 세계 제1 경제대국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우주선을 '펑펑' 쏘아올리고 첨단 군사무기를 쏟아내며 세계의 자원을 싹쓸이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세계 최강 중국의 미래를 부인하기 힘듭니다. 이런 발전의 근간은 무엇인가요? 2억 명이 넘는다는 농민공들이 이역만리에서 터무니없는 값싼 노동력에 죽으라고 일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상당수 농민공들은 이렇게 쓰다 버린 부품 취급을 받으며 사회에 대한 분노와 울분만 쌓아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20년에 소강사회, 즉 모두가 부유하고 행복하게 사는 이상 사회를 이루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가 이를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만, 자꾸 저는 시한을 정해놓고 자신들의 이상향이 온다고 주장하는 종말론을 보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겨우 8년 남았는데 그때까지 이 많은 슬픈 사연과 억울한 처지를 풀어줄 획기적인 경제, 사회, 정치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