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 시절 경찰 간부의 딸을 살해한 누명을 쓰고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79살 정원섭 씨에게 국가가 26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지난 1972년 발생한 춘천경찰서 파출소장의 9살 난 딸이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되자, 내무부는 이 사건을 4대 강력사건으로 규정하고 2주 안에 범인을 잡으라는 '시한부 검거령'을 내렸습니다.
경찰은 피해자가 자주 다닌 만화가게 주인 정 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가혹행위를 끝에 검거시한인 10월10일 범행을 자백 받았습니다.
정씨는 결국 이듬해 11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고 15년여를 복역한 뒤 가석방됐습니다.
정씨는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과 2009년 무죄를 선고한 재심 판결을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는 정씨와 그의 가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6억3천752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정씨의 아버지가 충격으로 숨지고 가족들도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며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