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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진화하는 담배…유죄? 무죄?

권태훈 기자

입력 : 2013.07.16 09:31|수정 : 2013.07.16 13:04


KT&G가 오늘(15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담뱃불이 쉽게 잘 꺼지도록 하는 저발화성 담배를 개발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궐련지 안쪽에 특수물질을 코팅해 중간 중간 밴드형식으로 띠를 만들어 흡인하지 않고 바닥에 떨어져 있을 때는 자동적으로 꺼지도록 하는 기술이다. '저발화성' 기술은 온도 23도(±3도), 상대습도 55%(±5%포인트)의 실험환경에서 40개의 궐련을 10장의 거름종이 위에 놓고 연소시켰을 때 완전 연소되는 비율이 25% 이하여야 한다는 미국 재료시험협회(ASTM)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측정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저발화성 담배는 이미 미국(2004년~2011년 차별시행), 캐나다(2005), 호주(2010) EU(2011) 등 30여 국가에서 법으로 의무화 돼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이만우 의원 대표발의로 저발화성 담배를 의무화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따라서 저발화성 궐련지 관련 기술이나 특허는 이미 외국회사들이 보유하고 있고, 국내는 KT&G가 3년여의 노력끝에 국내기술로 독자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KT&G는 이 기술의 개발로 궐련지 수입대체효과로 연간 400억원 이상의 외화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발화성 담배의 출현은 기본적으로 산불 등 수많은 화재의 원인이 담뱃불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역사가 오래된 '인류 기호품'이지만, 부주의로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서라도 줄여보자는 취지가 아닐까 한다. 사실 담배회사 입장에서는 담배만 잘 만들면 되지 굳이 담배맛과 관련없는 이런 화재를 예방하는 궐련지까지 개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KT&G의 설명처럼, 저발화성 궐련지의 개발은 기업의 사회적 의무의 일환이다. 분명 잘하는 일이고, 칭찬받아야 할 일인데, 잘 했다고 기사로 쓰기에는 뭔가가 찜찜하다. 왜냐면 담배관련 기사는 자칫 흡연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권태훈 담배

요즘 아파트 층간민원이 소음이 아닌 담배가 원인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담배 피울 곳이 없어 베란다로 내몰려 피운 담배연기가 윗집으로 올라가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해할 법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사회가 담배에 대해 더 엄격해 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얼마전부터는 100제곱미터 이상되는 건물에서는 금연이 완전 의무화 됐다. 건물 내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고, 담배를 피우려면 건물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담배 애호가들은 마치 죄인이 된 기분이 들 정도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담배도 건강을 위해서는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담배가 인류의 오랜 기호품이 돼 온 것은 스트레스 해소 등 긍정적인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보행중 흡연을 엄격히 금지하면서도 건물 내에는 별도의 흡연공간을 만들어 직원들이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 담배를 즐길 수 있는 흡연자의 권리도 함께 배려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연정책은 속도감이 너무 빠른 듯 하다. 그래서일까 KT&G의 저발화성 담배개발도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측면에서 참 잘한 일인데도 기사쓰기가 조심스러운 건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