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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질책'인가? '힘 실어주기'인가?

권태훈 기자

입력 : 2013.07.11 10:33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오석 부총리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최근 취득세를 내리는 문제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안전행정부 간 논쟁이 있었다. 국민들과 밀접한 중요한 문제에 대해 부처 간 협업과 토론이 이뤄져서 타당한 결론이 나야 하는데, 이견만 노출돼 국민들이 혼란스럽지 않겠나. 이 문제에 대해 경제부총리가 컨트롤 타워역할을 해 주무부처들과 협의해 대책을 보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특정 국무위원을 지목해 얘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최근의 부처간 불협화음에 대한 질타다. 아니다, 오히려 현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해석이 분분하다.

그런데, 오늘자 보수성향의 일간지들은 '현오석 경제팀이 안보인다'며 대통령의 발언을 질타, 또는 경고성 질책으로 해석하며, 현부총리를 위시한 현 경제팀이 컨트롤 타워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출범 6개월이 됐는데도, 현 경제팀은 가계부채, 부동산 침체 등 현안에 침묵만 하고 있고, 오히려 국회 눈치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후에 발간된 일부 석간에서도 이 기사내용을 그대로 받아 질책, 이례적 질타, 오작동 등의 용어를 써가며 동일하게 해석했다. 기사의 사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이 기사를 본 많은 국민들은 현부총리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는 분명해 보인다.

새 경제팀이 꾸려지고 반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경제회복의 성과가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경제 사령탑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목소리는 분명 필요하다. 그런데, 어제(9일) 대통령이 발언이 질타였는지, 아니면 부처간 이견을 보이고 있어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발언이었는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신문들이 대통령의 이 발언을 질책으로 해석하면서 든 근거는 대부분 청와대 관계자 얘기다. 뒷 얘기를 들어보니까 이런 내용이었더라는 식이다. 물론 배경취재가 사실확인에 있어 중요한 소스이긴 하지만, 때론 확대해석이나 자의적 해석을 위한 핑계로도 많이 활용되는 것이 이런 관계자 얘기다.

개인적으로 박 대통령을 취재해 본 경험에 의하면, 박대통령은 어떤 특정인에게 공개석상에서 따지거나 질책하는 일은 거의 본 일이 없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향 때문에 '얼음공주'라는 별칭까지 붙었을 정도다. 그렇다면 어제 대통령의 이 발언은 말 그대로 부처간 이견이 있으니 부총리가 조정안을 마련해서 올려달라는,  말 그대로 업무적 지시 그 이상도 아닐 듯 하다. 더 나아가 취득세처럼 국민생활과 밀접한 영역을 부처간 이기주의로 양보하지 않으려는 공무원 복지부동에 대한 경고이자 부총리에 대한 힘실어주기 일 수도 있다.

현부총리는 취임때부터 보수성향의 언론들에겐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취임 한달도 안돼 현부총리가 안보인다는 기사가 종종 실리기도 했다. 현부총리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 경제가 잘 되고, 빨리 회복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 건전한 비판이 아닌, 어떤 저의를 가지고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지시가 질책이 맞고, 기사내용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질책이라고 쏟아내는 기사들 속에 우리 경제에 대한 걱정보다는 특정인에 대한 언론사의 호불호가 깔려 있지는 않은지 국민들은 알고싶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