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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현실로' 이매진컵 기발한 아이디어 '봇물'

입력 : 2013.07.10 07:24|수정 : 2013.07.10 07:24


감각을 잃은 손의 재활을 돕는 로봇 장갑, 도시 수도관의 누수율을 알려주는 응용프로그램(앱), 영화 '해리포터'처럼 신문기사를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앱, 몇 번의 클릭으로 빛과 음악을 조합해 어떤 공간이든 상상하는 곳으로 바꿀 수 있는 앱까지.

9일(현지시각) 열린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경진대회 이매진컵의 발표회에는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들고 온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아이디어는 당장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 형태부터 몇 년 내에 사업화를 꿈꾸는 형태까지 다양했다. 참가자들은 자기 팀의 아이디어가 심사위원과 취재진의 눈에 띄게 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 '상상이 현실로'…기발한 아이디어 '봇물'

올해 이매진컵에서 모든 경쟁부문에 공통된 주요 심사 기준은 사업성이다. 출품작 중에는 이런 기준을 의식해 의료 관련 아이디어 제품들이 많았다.

미국의 베어스 언리미티드(Bears Unlimited)팀은 사고로 손상된 손과 손목의 재활을 돕는 전자 장갑을 개발했다.

손의 감각은 살아있지만, 혈관이나 관절 부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된 사람이 이 장갑을 착용하면 장갑에 연결된 앱이 움직임을 유도하는 게임을 실행한다.

물리치료사는 환자의 움직임에 따른 재활치료 진행 정도를 앱에 연결된 프로그램을 통해 병원에서 확인하며 상태를 항시 확인할 수 있다.

칠레에서 온 라이프웨어(Lifeware)팀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키넥트(Kinect) 기술을 이용해 환자의 움직임 전체를 기계가 인식하고 이를 컴퓨터 게임 화면으로 재현하는 물리치료 방식을 선보였다.

베어스 언리미티드 팀원인 미셀 엔핑거(27) 미국센트럴대학 석사과정생은 "기계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만큼 부상이 악화할 위험도 있지만, 개선을 하면 환자와 물리치료업계 모두에 혁신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법사의 세계를 다룬 판타지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을 실생활에 구현한 팀도 취재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집트에서 온 마스크드 닌자(MASKed Ninjas)팀은 신문이나 잡지의 문자를 영상으로 검색해주는 앱을 선보였다.

빌 게이츠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 위에 해당 앱을 실행한 태블릿 컴퓨터(PC)나 스마트폰 화면을 갖다 대면 빌 게이츠 인터뷰 동영상이 자동 검색돼 재생된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루모스팀은 이날 각국 취재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팀 중의 하나다.

간단한 클릭만 하면 어떤 공간도 그에 맞는 빛 영상과 음악을 통해 단번에 변신시킬 수 있는 앱은 음악의 박자와 리듬을 32개 채널로 분석해 그에 맞는 빛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기존에도 가수의 공연 무대나 클럽을 꾸미는 데 활용되던 기술이지만 사용의 어려움과 고가의 비용이라는 장벽을 깸으로써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제품을 라이트, 프로, 전문가용으로 나눠 가격 책정을 달리한 전략도 사업성 측면에서 좋은 전략으로 인정받았다.

디자인 담당인 오정민(21·한양대 재학)씨는 "사람의 동작에도 반응하는 빛 영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 참가팀 발표와 홍보 경쟁 치열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진행된 개별 또는 공동 전시회장 발표에서 심사위원단은 아이디어가 경쟁 부문의 주제에 들어맞는지와 얼마나 사업성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른 참가자들의 방어 전략도 다양했다.

도시 상하수도관의 누수율을 탐지해 알려주는 앱을 만든 중국팀은 제품의 현실성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수도 파이프 모형을 만들어와 물이 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지는 개별 전시장 발표에서는 실험 장치를 늘려 전시장 주변을 새어나온 물로 흥건하게 적셨지만 앱이 실제 작동하는 모습을 보이자 기술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던 심사위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용자 입맛에 맞게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들고나온 일본팀은 현지의 유명 게임 업체 대표의 추천사를 영상으로 찍어와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다만, 7년이라는 개발 시간과 비교하면 기존 제품과 큰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에는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다소 아쉬운 모습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개별 발표와 전시회 발표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한 한 폴란드 팀은 아예 전시장을 벗어나 대면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인터뷰 대상을 고르는 취재진에게 먼저 다가와 제품을 설명하고 자신의 팀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적극적으로 홍보에 열을 올렸다.

미국 하와이와 알칸소주에서 온 팀은 팀이름과 같은 곰 인형이나 하와이 지역 특유의 꽃 목걸이를 나눠주며 관람객의 관심을 유도했다.

한국의 루모스팀은 빛과 음악을 결합한 공간 변신이라는 개발 취지에 맞게 즉석에서 기타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빛을 보여주기 위해 밴드활동을 하던 팀원의 재능을 살려 공연을 하며 취재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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