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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락관, 북측 대표에 질문하던 남측 기자에 '버럭'

장훈경

입력 : 2013.07.06 14:06|수정 : 2013.07.06 14:28

北기자 "지난번처럼 다 엎지만 않으면 이번에는 될것"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열린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북측 연락관이 우리 측 취재진에게 화를 내는 일이 발생해 한때 긴장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우리 측 기자가 통일각 내부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에게 "잠을 잘 주무셨느냐", "오늘 회담은 어떻게 진행하느냐" 등의 질문을 하자 박 부총국장은 "있다 봅시다"라고만 대답한 채 회담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후 곧바로 북측의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연락관이 취재진에게 "어디 감히 미리 승인도 안 받고 말을 거느냐"며 "회담 시작도 안 됐는데 이런 식으로 기자들이 접근하면 안 된다"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잘못했지요?"라며 잘못을 시인하라고 거듭 요구했습니다.

우리 측 취재진은 "어제 잘 주무셨느냐고 물었을 뿐"이라며 한동안 서로 노려보는 긴장된 상황이 빚어졌습니다.

이 연락관은 회담장 앞에서 대기하던 카메라 기자들에게도 "회담 시작도 안 했는데 카메라를 들이대고 이게 뭐야"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며 거칠게 항의하고 우리 측 당국자에게 "안내를 잘 하라"며 재차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연락관들과 달리 북측 취재진과 다른 연락관들과 우리 측 취재진은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식당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연락관들은 남측 취재진에게 과자와 사이다를 권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우리민족끼리 등 3개 매체에서 온 3명의 북측 기자들은 처음에는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대기시간이 길어지며 한층 여유로워졌습니다.

한 기자는 남측 취재진에게 북한 여자축구팀의 서울 경기와 관련 "북한이 여성축구가 세다"고 자랑했습니다.

지난달 실무접촉 취재를 한 다른 기자는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다 엎어버리지만 않으면 될 거다"라며 "지난 번에는 다 된 것을 남한에서 엎어버리지 않았느냐"고 남북당국 회담 무산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기도 했습니다.

북측 기자들은 이후 북측 연락관이 "이리 와 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식당으로 들어가 회담이 시작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한편 통일각에서 우리 측 실무자들이 통신선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클래식 음악을 크게 틀어 북한이 도청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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