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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 빌려 병원 운영…420억 '꿀꺽'

임찬종 법조전문기자

입력 : 2013.06.27 14:44


의사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설립한 후 기업형으로 운영되어 온 '사무장 병원'이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병원을 개업할 수 없는 일반인이면서도 의사들을 고용해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혐의로 50살 정 모 씨를 구속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정씨의 병원에 원장 명의를 빌려준 66살 장 모 씨 등 의사 4명과 한의사 55살 차 모 씨, 정씨에게 병원 건물과 투자금을 빌려준 부동산업자 68살 정모씨 등 모두 6명을 함께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의료법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의료인이나 국가·지자체,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준정부기관 등이 아닌 일반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정씨는 지난 2004년 7월 서울 대방동에 요양병원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올해 5월까지 약 9년동안 서울 동작·영등포·송파·강동 지역과 경기도 용인 등지에 의사 명의를 빌려 요양병원 6곳을 설립하고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원무과장으로 일했던 정씨는 요양병원이 재활·약물치료를 주로 하고 수술환자가 거의 없어 의료사고 위험이 낮은데다 의사가 많이 필요하지 않고 간병사업 등 부수입이 많은 점에 착안해 '병원 사업'에 착수했다고 검찰은 설명했습니다.

정씨는 병원을 세울 때마다 연 10%에서 20%의 수익을 약속하며 투자자들로부터 20억원에서 3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인테리어와 의료기기 구입에 썼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정씨와 함께 기소된 부동산업자는 경매로 나온 건물을 구입해 병원에 빌려줘 범행을 도왔다고 검찰은 전했습니다.

정씨는 또 의사들에게 병원장 자리를 주겠다는 권유를 하고 이를 수락하면 월급을 대가로 명의를 빌려 새 병원을 세웠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실질적 운영은 명의상 사무장인 정씨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씨는 병원에서 수익이 나면 새로운 의료기기 구입이나 우수한 의료진 채용 등에 재투자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배당 수익으로 나눠주거나 자금이 모자란 다른 병원에 수시로 돈을 빼줬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직원들은 정씨 지시에 따라 병원을 수시로 바꿔가며 근무하는 등 6개 병원이 하나의 기업집단처럼 운영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습니다다.

불법적인 행태로 운영된 정씨의 요양병원들은 병상이 134개에서 355개에 이르고, 연매출이 병원당 65억원에서 85억원, 6개 병원 합쳐 420억원에 이를 정도로 중대형 규모였다고 검찰은 밝혀습니다.

정씨의 병원에 수년간 지급된 건강보험료는 약 1천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씨는 지난 2011년 정식으로 의료법인을 설립하려고도 했지만 해당 관청에서 허가해주지 않아 합법화 시도가 무산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사무장 병원은 돈벌이 수단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병원에 재투자가 안되고 부실화된다. 이렇게 치료가 소홀해지면서 결국은 환자에게 위험이 전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뢰에 따라 이 사건 수사를 해왔습니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정씨의 병원들이 지급받은 보험료를 환수하기 위해 정씨와 의사, 투자자 등의 재산을 압류하는 절차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