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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배우’ 송승헌의 아름다운 배신(인터뷰)

강경윤 기자

입력 : 2013.06.18 10:19|수정 : 2013.06.18 10:19


‘배신’이란 믿음과 신의를 저버리는 행동으로, 흔히 부정적인 행동을 일컫는다. 그러나 배우들의 그것은 다르다. 배우가 시청자들의 기대를 보기 좋게 뛰어넘을 때 시청자들은 신선한 충격과 즐거움으로 배우의 배신을 받아들인다.

배우 송승헌은 언제나 작품 속에서 여린 여주인공이 위기에 빠졌을 때 짠하고 나타나서 위험에서 구해주고 늘 정의의 편에 섰다. 그러나 MBC ‘남자가 사랑할 때’ 한태상의 모습은 좀 달랐다. ‘꼬리표’처럼 팬들과 엇갈린 여론의 반응을 받아왔던 송승헌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동시에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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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승헌, 연기를 말하다

인터뷰 자리에서 한 베테랑 기자는 “99년도에 보고 오랜만에 봤는데 정말 그대로다.”며 송승헌을 칭찬했다. 송승헌은 정말 그랬다. 검은색 셔츠의 소매를 깔끔하게 걷어입은 모습은 30대 중반의 연기자의 세련됨이 느껴졌지만 어딘가에는 여전히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 보여줬던 소년 같은 매력이 있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기분이 좋겠다.”는 질문에 송승헌은 “그동안 해왔던 것과 다르게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좋게 받아들여진 것 같아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송승헌은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서미도(신세경 분)를 향한 집착적인 사랑과 배신을 당한 이후 싸늘하게 변하는 차가운 모습을 솔직하게 연기했다.

“감독님이 원한 게 그런 한태상의 모습이었어요. 그동안 연기할 때 화가 나면 눈에 힘을 주는 정도였지, 이렇게 광기를 표현하진 못했거든요. 감독님은 그럴 때마다 ‘진짜 네 모습처럼 연기해라’고 조언해줬어요. 재희(연우진 분)가 미도에게 키스를 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 송승헌은 정말 무섭게 화를 내겠죠. 그동안은 그런 걸 표현하지 못했어요. 이번에는 진짜 내 감정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내려놨다.’고 봐도 되겠나.”라고 묻자 송승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송승헌은 마치 자기고백을 하듯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예전 같으면 아마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요.’라고 되물었을 거예요. 그동안 배역에 한계를 정하고 스스로 타협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바르고 착한. 물론 조금 모자라 보였을 수 있지만 한태상을 연기할 때만큼은 달라지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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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승헌, 사랑을 말하다

미도를 사랑한 태상이 그러하듯, 사랑에 있어서 ‘쿨함’은 존재할 수 있을까. 송승헌 역시 ‘쿨한 사랑’보다는 ‘핫한 사랑’에 반응하는 평범한 남자였다. 스스로 ‘전형적인 B형 남자’라고 일컫는 송승헌 역시 사랑에는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여자가 많고 정말 여자를 잘 알 것 같은 선입견이 있는데요. 연애할 때마다 들었던 얘기는 ‘왜 이렇게 여자를 몰라’였어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무뚝뚝하고 여자 심리를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사랑할 때 운명을 믿는 건 태상과 비슷해요. 사랑을 시작할 때 어떤 운명의 장난처럼 ‘파바박’ 튀는 게 필요하거든요.”

“그렇게 ‘파바박’ 튀는 게 느껴지나.”라고 농담을 던지자 송승헌은 “그럼요. 전 소리도 들었는데요.”라고 받아쳤다. 이어 첫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고등학생 때였는데요. 첫사랑을 만날 때 번개가 튀는 걸 느꼈어요. ‘지지직’ 소리도 들었어요.(웃음) 그 이후에 만났던 분들에게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고 연애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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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승헌, 10년 뒤를 말하다

송승헌은 연기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기대 이상으로 솔직했다. 이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송승헌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송승헌에게 한태상이라는 인물은 그를 한단계 솔직하게 만들어준 도약점이 됐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송승헌은 그동안 미뤄왔던 변신에 대한 ‘도전’을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

사랑에 있어서도 결혼을 조금은 생각할 때가 됐다. 송승헌은 “오래전부터 꿈꿨던 게 행복한 가정이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면 당장 내일이라도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에 대한 생각만큼이나 가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에 대해서도 조금씩 고민하고 있다. “누군가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장난감’이라고 하더라. 날 닮은 2세를 만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송승헌에게 “10년 후 어떤 모습일 것 같나.”고 물었다. 송승헌은 “10년 전에도 그런 질문을 받았었다. 그 땐 뭔가 대단히 바뀌어 있을 것 같았는데 난 여전히 이렇게 배우로 연기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송승헌은 “리차드 기어나 조지 클루니처럼 나이가 들수록 멋진 배우로 중후한 향기를 내며 늙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송승헌은 여전히 매력이 충만한 배우고, 가장 잘생긴 배우 가운데 한명이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송승헌의 진지한 고민과 변신에 대한 열정은 그의 매력을 한층 더 빛나게 했다. 송승헌이 작품 속에서 정의의 반대편에 서더라도, 혹은 여주인공을 지켜주지 못하더라도 그가 여전히 충분히 향기나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는 사실은 변치 않을 것이다.

사진제공=스톰에스 컴퍼니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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