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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 안되는 이유는?

심영구 기자

입력 : 2013.06.13 20:36|수정 : 2013.06.1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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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그래서 두줄서기를 하자고 캠페인까지 하는데 한번 그렇게 해보시죠. 뒤에서 들리는 불평을 아마 감당하기 어려울 겁니다.

심영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하루 7만여 명이 오가는 서울 광화문역.

에스컬레이터 승객들이 한 줄은 서 있고, 다른 줄에서는 걷습니다.

열차가 올 때마다 같은 풍경이 반복됩니다.

[조재휘 : (왜 한쪽으로 서서 올라오는지?) 바쁘신 분들 먼저 올라가라고요. 저도 급할 땐 한쪽으로 뛰어가고 그렇게 하죠.]

왼쪽에 서 있어 봤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키라는 고함이 터져 나옵니다.

[바쁜 사람이 먼저 올라가야지.]

'한줄 서기'가 이미 습관처럼 굳어 있는 겁니다.

서서 갈 때와 걸어갈 때 얼마나 차이가 날까?

서서 갈 때는 42초, 걸어서 가면 22초, 걸으면 20초가량 빠릅니다.

그러나 이렇게 조금 먼저 가는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지하철 사고의 80% 이상이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최근 3년 동안 1천 건이 넘는 사고가 났습니다.

[조문옥/서울 광화문역장 : 특히 음주 상태에서 걷거나 뛰었을 때는 사고로 바로 연결됩니다.]

오른쪽엔 서 있는 사람들 무게가 집중되고, 왼쪽엔 걷고 뛰는 충격이 가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서수원/서울메트로 승강설비팀 :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그쪽만 편중된 마모가 생기겠고요, 걷는 부위나 뛰는 부위가 파손 생긴다든지….]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한 방법으로 제시됩니다.

모스크바는 분속 50m, 런던, 홍콩은 45m로 30m인 서울보다 1.5배 이상 빠릅니다.

또 폭 좁은 에스컬레이터를 확대 설치하는 방안도 나옵니다.

[박용훈/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 : 명령적 규범의 캠페인에 치중할 게 아니라 이제는 보다 환경을 개선한다든지 디자인을 개선해서 효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를 높이거나 폭을 줄이는 게 꼭 정답은 아닙니다.

사고가 나면 위험할 수 있죠.

하지만  캠페인만으론 한계가 분명한 만큼 굳이 걷거나 뛰지 않아도 될 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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