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MBC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로 데뷔한 이래 6년, 어느새 김수현의 이름 앞에는 '대세'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성공 이후 스크린 주연작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대박 흥행까지 이뤄내며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성공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어떤 배우에게는 10~20년을 쏟아도 불가능할 자리를 김수현은 비교적 쉽고 빠르게 올라갔다. 그러나 본인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성공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을 터. 실제로 김수현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개봉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와 관련된 말을 털어놓기도 했다. '
"드라마 '해품달'로 생각지도 않은 큰 사랑을 받으면서 책임감과 더불어 부담감이 생긴 건 사실이에요. 그러다 보니 겁도 많아졌죠. '이것도 조심하고, 저것도 조심해야지' 하다 보니 제가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 들어 한동안 걱정이었어요. 이러다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더라고요. 한 몇 달간은 그렇게 살았던 것 같아요"
갑작스러운 성공 후 심리적 슬럼프를 겪은 김수현은 생각을 고쳐먹으면서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김수현은 "내가 왜 이렇게 겁이 많아졌지 싶더라고요. 아직은 도전자니까 '겁먹지 말고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연기를 못해서 실패하면 어때?'하면서 부담감을 털어냈어요'라고 말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엘리트 요원 '류환'과 동네 바보 '동구'라는 극과 극 캐릭터를 연기한 것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번 영화는 흥행과는 별개로 본인에게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긴 했다. 김수현은 "사실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여요. 양 극단의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미쳐 다 풀지 못한 숙제가 영화에서 보이더라고요. '내가 사투리를 저렇게 했단 말이야?' 싶을 때도, '액션은 또 왜 저래?'하는 아쉬움의 순간이 제 눈엔 자꾸 들어오더라고요"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수현이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어머니의 추천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무렵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에서 요정으로 출연해 꽃가루를 뿌리는 장면을 연기했는데요.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관객을 향해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드는데 조명 때문에 눈이 부셔서 고개를 못 들겠더라고요. 그 가운데 엄청난 박수소리가 들리는데 몽롱하게 취하는 느낌이었어요. 그 기분을 잊지 못해요. '여기 계속 서있고 싶다', '이런 건 계속 느껴도 좋을 기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연기를 하자'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확실히 김수현은 현재 또래의 배우들보다 저만치 앞서 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욕심도 많다. 그는 "'도둑들'의 도둑 역을 한 번 더 하거나, '해품달'의 왕 역할을 한 번 더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어떤 다른 매력이 있어야겠죠"라며 작품 선택의 기준을 밝혔다.
김수현은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통해 배우이자 스타로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의 성공까지 26살의 이 젊은 배우가 보여준 성공은 그저 벼락 인기라고 하기엔 그 높이와 깊이가 견고해보인다. 이렇게 김수현은 충무로의 대세가 됐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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