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취재파일] 속 터지는 인터넷 암표, 처벌할 수 없나요?

박아름 기자

입력 : 2013.06.05 10:47|수정 : 2013.06.07 19:06


#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인터넷으로 스포츠나 공연 티켓을 사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티켓 오픈 시간을 기다려 '광 클릭' 했지만 예매에 실패했을 때 느껴지는 절망감을… 몇 번의 예매 시도가 물거품이 되고 나면 어느새 형형색색의 좌석들은 선택할 수 없는 회색빛으로 변해 있습니다. 티켓 오픈을 기다리며 설레던 마음도 회색빛 좌석과 함께 이내 실망감으로 변하고 맙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좌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클릭 반응 속도가 느린 스스로가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나처럼 열정적인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것일까. 내 손가락의 반응 속도는 왜 내 의지를 따라주지 못하는 것일까. 원하던 티켓을 얻지 못한 마음에 온갖 짜증이 밀려들다가 이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암표라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를 찾습니다. 원하는 날짜와 행사명을 적으면 백이면 백 판매자가 있기 마련.
인터넷 암표
그런데 막상 게시 글에 들어가 보면 황당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티켓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콘서트 입장권을 2~3배 비싸게 파는가 하면 무료 방청권마저 비싼 가격에 거래됩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와 같은 중요 경기 입장권은 가격이 10배까지 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바 '인터넷 암표'의 현장입니다.

문제는 비싼 가격만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수십 장의 티켓을 매점매석해 파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좌석 등급별로 여러 장의 티켓을 보유하고 비싸게 판매하는 게시글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광 클릭'이 왜 의미 없는 몸짓이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전문적인 인터넷 암표상들의 사재기에 개미들은 당해낼 도리가 없습니다.

단 10분 만에 두 배가 넘게 비싸진 가격을 내주려니 티켓을 사는 사람 입장에선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것이 있습니다. 이들 암표상의 태도가 너무나도 당당하단 겁니다. 버젓이 휴대전화 번호를 쓰고 입금 계좌번호와 이름을 알려주는 암표상들. 이렇게 대놓고 영업하는 암표상들을 처벌할 순 없는 걸까요?
인터넷 암표

# 범칙금은 16만 원, 인터넷 단속은 0건?

경범죄 처벌법 제3조는 암표 매매 행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은 암표 매매 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 돼 범칙금 16만 원을 내야 합니다. 이 조항의 핵심은 정해진 요금을 넘어선 '웃돈'을 받고 되파는 행위가 불법이란 겁니다. 공공의 질서를 파괴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경찰의 단속도 이뤄집니다. 지난 4월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개막하자 경찰은 잠실야구장 주변에 150명의 경찰을 배치해 대대적 암표 단속 작전을 펼쳤습니다. 효과도 있었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무리지어 다니는 경찰들 눈치를 보느라 암표상들이 기를 못 펴고 있더군요. 이런 식으로 지난해 경찰이 실시한 암표 단속 건수는 228건입니다.
인터넷 암표
그런데 재밌는 사실이 있습니다. 수백 건의 단속 사례 가운데 인터넷 암표 단속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는 겁니다. 단 한 건도. 인터넷 암표라는 게 존재하지 않아서일까요? 모두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듯 인터넷 암표는 존재합니다. 오히려 인터넷 예매가 활성화된 요즘 시대엔 현장 암표 시장보다 인터넷 암표 시장이 훨씬 더 큽니다.

그렇다면 왜 적발 사례가 없는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애초에 단속을 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화나 문자로 연락하고 계좌이체로 돈을 주고받는 인터넷 암표 거래의 특성상 '거래 현장'이 없다는 이유로, 경찰은 인터넷 암표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 암표

# 온라인 통한 거래는 단속할 수 없다?

제가 취재했을 때 공식적인 답변은 이랬습니다.
"경범죄 처벌법에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인터넷엔 적용하기가 어렵다"
인터넷 암표
경찰의 해명이 어떤가요?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암표 거래는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공공의 질서를 지켜야 할 경찰이 눈앞에서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구태의연한 법조문을 핑계로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니요. 경찰이 현행법을 오프라인에만 국한해 소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사이 인터넷 암표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잘못을 하고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눈앞에 드러난 이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