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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밀' 위키리크스 유출 매닝 일병 재판 시작

입력 : 2013.06.04 07:03

변호인측 '폭로취지' 항변…인권단체 '즉각석방' 촉구


미국의 군사기밀과 외교문서들을 폭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브래들리 매닝(25) 일병에 대한 재판이 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포트미드 군사법정에서 시작됐다.

매닝 일병이 지난 2010년 5월 이라크에서 군사 정보 분석가로 복무하던 중 체포된 이후 3년 만에 벌어지는 본격적인 법정 다툼이다.

매닝 일병은 이날 법정에 파란색 정복에 안경을 착용한 채 등장했으며 미국 언론들도 큰 관심을 두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그에게 적용한 간첩법과 반역죄 등 22가지 기소내용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고, 매닝 일병 측은 미국에 피해를 줄 의도가 없었다고 맞섰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미국 정부가 전쟁범죄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매닝 일병을 억울하게 불법으로 가두고 있다며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이번 재판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매닝 일병이 위키리크스에 기밀문서 등을 넘긴 이유다. 미국이 곤경에 처할 것임을 알고도 악의적으로 기밀을 넘겼다면 이적행위에 해당된다.

군 검찰 조 모로우 대위는 재판 시작 성명에서 "이번 사건이야말로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오만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제도적으로 수많은 기밀 분류 문서를 다루는 군인이 이런 정보를 적의 수중에 던져버린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매닝 일병 측은 진실을 알리고 싶었을 뿐 미국에 피해를 줄 의도가 없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의 변호인인 데이비드 쿰스는 "매닝 일병이 젊고 여리지만 좋은 의도를 갖고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매닝 일병이 이런 정보들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해 조명하고 싶었다면서 "만일 미국인들이 이 정보들을 봤다면 그들도 역시 (매닝과 마찬가지로) 괴로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닝 일병은 지난 2월 열린 이번 재판의 사전 심리 과정에서 총 22건의 기소 내용 가운데 기밀문서 불법 소지 및 외부 무단반출 행위 등 10가지 항목에 대해 혐의를 인정했다. 20년 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간첩죄와 반역죄 등에서도 유죄가 인정되면 매닝은 종신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닝 일병은 2월 사전 심리에서 "군 안에서 발생하는 ‘피에 굶주린’ 일부 만행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뤄진 미군의 인명 경시 풍조를 세상에 공개하고 싶었다"고 기밀 폭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자신의 폭로가 적을 도우려는 것이 아니라 미군의 부당한 행위를 막기 위한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 과정에서 매닝 일병의 행위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실제 위협했는지를 놓고 군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 검찰이 간첩죄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제시할지가 주목된다. 매닝 일병이 유출시킨 자료에는 미군 헬리콥터가 민간인을 공격하는 동영상 등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정보가 포함돼 있다.

전 세계 인권단체들은 매닝 일병의 석방을 촉구했다.

인권연대, 나눔문화 등 시민단체는 3일 서울 세종로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닝은 체포된 지 1천일이 넘도록 재판 없이 불법 구금 상태에서 혹독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는 매닝에 대한 불법고문을 중단하고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각국의 시민사회단체가 매닝의 첫 재판이 열리는 이번 주를 '매닝의 자유를 위한 평화행동주간'으로 정해 세계 주요 도시에서 매닝의 석방을 위한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