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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두환 강제 노역'…가능할까?

남승모 기자

입력 : 2013.05.30 09:32|수정 : 2013.05.30 10:50


1,600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강제 노역까지 시킬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 법안은 전 전 대통령이 제3자에게 편법으로 넘긴 재산도 추징할 수 있도록 대상에 포함시켰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추징금 납부를 의도적으로 회피해온 전두환 씨에게 적용하기 위한 법이고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그런 법"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겨냥한 법이라는 얘기다.

◈ '떵떵'거리고 사는 전두환…현행법 허점은?

현재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연희동 자택은 대지 면적 818.9㎡로 40~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부인인 이순자 씨 명의로 돼 있어 추징 대상에서 제외됐다. 본인 명의의 재산에 대해서만 추징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의 허점 때문이다.

공무원 범죄 몰수 특례법 제6조(추징)는 "불법재산을 몰수할 수 없거나 제3조제2항에 따라 몰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價額)을 범인에게서 추징(追徵)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범인 본인의 재산이 아니면 추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추징금 2,205억 원이 확정됐지만 아직까지 3/4이 넘는 1,672억 원은 내지 않고 있다. 지난 2003년 진돗개 2마리를 포함해 가재도구까지 경매에 넘겼지만 검찰이 지금까지 받아낸 추징금은 16년 동안 533억 원에 불과했다.


◈ "빼돌린 불법 재산도 직접 추징"

이런 허점을 막기 위해 제출된 법안이 바로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유죄가 확정된 전, 현직 대통령이나 국무위원의 불법 재산을 제3자가 알고도 취득한 경우에는 이를 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2천억대로 추정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가 재산을 추징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또 추징금을 미납한 경우 검사의 청구에 따라 미납금 액수에 비례한 기간을 정해 노역장에 유치하거나 감치를 할 수 있게 했다. 다만 법리상 논란을 우려한 듯 노역 유치와 감치 명령은 형법상 규정과 달리 100일을 넘지 않게 규정했다.

이밖에 무의미한 추징시효 연장을 막기 위해 추징이 확정되고 3년이 경과하게 되면 검사의 청구에 따라 강제처분을 개시하도록 명문화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겨냥해 발의됐다고는 하지만 법안 자체는 전·현직 대통령과 국무위원의 범죄를 대상으로 한다. 특정인에 한정된 법안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처벌 조항은 법리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두환 연합
◈ 법리상 논란… 입법 가능할까?

먼저 사법적 처분인 추징에까지 노역장 유치를 명령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형법 41조는 형의 종류를 1. 사형 2. 징역 3. 금고 4. 자격상실 5. 자격정지 6. 벌금 7. 구류 8. 과료 9. 몰수로 명문화해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벌이 아닌 사법적 처분, 혹은 부가형인 추징을 노역장 유치로 대체하는 것은 법 체계 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강신업 변호사는 "추징금은 몰수가 불가능한 경우 범죄수익을 박탈하는 사법처분인데 이런 사법 처분에 대해서까지 노역장 유치를 부과한다면 형사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반면 최진녕 변호사는 "(판례상 추징은) 형벌적 성질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추징금을 납부하지 아니하였을 경우 환형 (다른 형벌로 바꿔) 처분을 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해 견해차를 보였다.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법 자체 논란도 논란이지만 이 법을 입법 취지대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최재성 의원은 "추징시효가 만료가 된 뒤 새로운 법을 만들어 소급해 추징하고자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현재 추징을 해야될 국가적 의무가 있는 현재진행형 사안이기 때문에 소급적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된다 해도 소급 적용의 문제 때문에 해당 법안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정치권 반응은 아직 명확치 않다. 야당은 전반적으로 최재성 의원 개정안에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상임위 논의를 거쳐야 할 일이라며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개별 의원들이 내는 법안에까지 일일이 멘트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전두환 미납 방지법'의 입법 성사 여부는 오는 6월 국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 관심 속에 쟁점으로 부상한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해프닝으로 끝날 경우 상임위에서 유야무야되는 운명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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