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의 핵심 정책으로 '시간제 근로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상황에서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과 노인 등을 적극 일자리 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는 시간제 근로의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시간제 근로 확대는 비정규직 양산 등 노동시장의 왜곡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결국, 얼마나 '질 좋은' 시간제 근로를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전문직·경력직 공무원을 시간제 근로자로 채용하고 4대 보험 적용 등을 통해 시간제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 간 격차 좁히기에 나서기로 했다.
◇ 시간제 근로 확대, 고용률 70% 달성으로 이어질까
'고용률 70% 달성'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목표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는 있지만 만만한 목표는 아니다. 고용률 70%를 이루려면 250만 개 가량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5년간 매년 47만∼48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야 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여성이나 고령층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시간제 근로가 확대되는 것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 이상 한 가구에서 가장 한 명만 일하는 형태로는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1980년대 영국이나 1990년대 네덜란드, 2000년대 독일 등이 고용률을 많이 끌어올렸다. 이들 나라는 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해 기혼여성을 노동시장에 활발히 참여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도 "오스트리아나 스위스, 네덜란드는 시간제 근로 비중도 높고 고용률도 높다. 시간제 근로 확대를 통해 고용률 70%를 달성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건은 확대되는 시간제 근로의 '질(質)'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시간제 근로 확대가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시간제 근로는 사회보험 혜택이나 임금 수준, 사회적 대우 등에서 차별받는 '나쁜 일자리'라는 시각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실질적인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연구위원은 "지금도 시간제 일자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고학력 여성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일자리의 질이 낮기 때문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질이 어떤 것인지가 고용률 제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 공공부문 앞장서면, 민간부문 따라올까
시간제 근로 확대를 위해 정부는 공무원 채용 등 공공부문에서부터 변화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됐지만, 전문성이 있는 여성이나 은퇴자 등이 특화된 형태의 업무를 지닌 공직에 종사할 길을 열어주면서 시간제 근로에 대한 인식도 바꾸고 민간부문에 모범도 보이겠다는 것이다.
기업 등 민간부문에 시간제 근로 확대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공공부문이 앞장서면 차차 확산될 것이라고 정부는 예측하고 있다. 좀 더 효과적인 확산을 위해 시간제 근로 확대 기업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전략이 방향성은 맞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유 연구위원은 "결국은 민간에서 도입해야 하는데, 정부가 솔선수범해 좋은 결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핀란드의 경우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해 풀타임근로자 임금의 절반만 지급하니 효과가 좋다는 결과가 나와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민간에서는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도 핵심 직무보다는 주변 업무를 맡길 가능성이 있다. 공공부문에서 잘 되면 따라는 오겠지만 확산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공공부문에시 시간제 근로 확대를 어떤 식으로 설계하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간다는 방향성은 맞지만, 시간제 일자리가 생산 현장에 다 적용되려면 기존의 인력운용 방식이 많이 바뀌어야 하는데, 5년 내에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