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계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경질설과 그가 이끄는 내각 총사퇴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으로 복귀해 3기 집권을 시작하며 대통령에서 총리로 옮겨 않았던 메드베데프가 오래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란 관측은 그의 취임 초기부터 나왔지만 최근 들어선 심상찮은 크렘린과 정부 내 분위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달 초 푸틴은 자신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돼온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 부총리를 전격 해임했다.
한 번쯤 반려했을만도 하지만 푸틴은 자신의 권위주의적 통치 철학의 설계사로 불리던 수르코프가 제출한 사직서를 곧바로 수리했다.
수르코프는 푸틴 대통령이 경제문제 관련 내각회의에서 대선 공약 이행 과제들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장관들을 강하게 질책한 후 사직서를 제출했었다.
이후 이고리 슈발로프 제1부총리 등 내각 구성원들의 자신 사퇴설이 흘러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공직 비리에 휘말린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국방장관을 전격 해임했고 그 전달엔 견책 처분에 항의해 사표를 제출한 올렉 고보룬 지역개발부 장관을 경질한 바 있다.
한번 임명한 인사를 좀처럼 바꾸지 않던 집권 1, 2기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모스크바 정계에선 푸틴이 메드베데프 내각에 대한 신뢰를 점점 잃어가고 있으며 분위기 쇄신을 위해 조만간 그를 경질하든지 아니면 내각을 전면 교체하든지 하는 정계 개편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정치분석가 콘스탄틴 칼라체프는 "메드베데프도 푸틴의 불편한 심기를 읽고 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계 개편 시점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경기 침체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위험 수위에 달하는 때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새 총리 후보론 메드베데프와의 불화로 쫓겨났던 알렉세이 쿠드린 전(前) 재무장관과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메드베데프 총리도 26일 자신의 사퇴를 예상하는 듯한 발언을 해 항간의 소문에 힘을 보탰다.
그는 이날 민영 방송 N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퇴설에 대해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다"며 소문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그는 "(원하면 경질) 사유는 항상 얼마든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사퇴설이 자신의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방해가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흘러나온 소문에 이미 익숙하다는 의미였다.
메드베데프는 그러면서 장관들에게도 "떨지 말고 일하라. 당신들 모두는 언젠가는 해고당하게 돼 있다. 퇴임에 대해선 취임할 때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위로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과 내각에 대한 경질이 있더라도 크게 놀라지 않을 것이란 담담한 심정을 피력한 것이었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