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정치

北, 김정은 '군기잡기' 현장 행보 잇단 공개

입력 : 2013.05.27 10:42|수정 : 2013.05.27 10:42

지도자로서 카리스마 과시 차원인 듯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간부들을 질타하는 모습이 북한 매체에 잇달아 공개돼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방송이 27일 전한 해군 제291부대 시찰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그동안 최고 지도자의 군부대 방문을 보도할 때 군부대 시설과 병사들의 훈련에 만족감을 표시했다는 내용을 주로 전해왔지만 이번 보도에는 군인을 격려하는 표현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대신 "전투기술기재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싸움준비에서 중요한 문제" , "군인들이 생활하는 병영을 적합한 곳에 정하지 못했다", " 함정들을 내놓고 위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 등의 질책이 보도의 절반을 차지했다.

심지어 김 제1위원장은 "얼마 전 시찰한 인민군 제405군부대가 생각난다"며 시설이 깨끗하다고 칭찬했던 다른 부대와 비교하기도 했다.

김 제1위원장이 군부대를 심하게 질책한 모습이 공개되기는 이례적으로 최근 '군기 잡기' 행보의 하나로 해석된다.

북한 매체는 지난 7일 김 제1위원장이 군대가 건설 중인 '미림 승마구락부' 건설현장을 찾아 자신이 보낸 외국 승마학교 자료를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며 "지시한 설계안과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놓았다"고 지적했다고 전한 바 있다.

김 제1위원장의 '호통'은 군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 3월 전국 경공업대회에 참석해 "우리 일꾼들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수입병은 경공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물품 수입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올해 1월 말 노동당 세포비서대회에서는 "(당내의) 세도군(세도가), 관료주의자들이야말로 우리 당이 단호히 쳐야 할 주되는 투쟁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작년 5월 평양 만경대유희장을 방문해 잡초를 직접 뽑으며 놀이장 관리가 한심하다고 지적한 데 이어 집권 2년 차인 올해는 '채찍'을 드는 모습이 더 자주 공개됐다.

이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지지도할 때 화내는 장면이 좀처럼 공개되지 않았던 것과 대비된다.

북한 매체가 김 제1위원장의 적극적인 현장 활동을 보도하는 것은 최고 지도자의 권위를 높이려는 행보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장의 잘못을 그때그때 지적함으로써 간부들의 정신 무장을 새롭게 하고 주민에게 국정을 직접 챙긴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후계자 시절이 3년 정도에 불과했던 김 제1위원장은 카리스마를 구축하는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강력한 지도력을 공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기도 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매체가 김정은이 현장 점검을 중시하고 아주 사소한 문제까지 챙기는 치밀한 스타일의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