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백년의 유산’의 윤아정(30)은 데뷔 이후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악녀 김주리 역을 맡아서 극중 어머니인 방영자(박원숙 분)와 함께 민채원(유진 분)을 괴롭히고 계략을 짜는 모습을 보면 “어쩜 저럴 수가 있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는 윤아정이 SBS ‘유리의 성’을 비롯해 KBS ‘다줄거야’, 우리집 여자들, tvN ‘노란 복수초’ 등에서 했던 악녀 연기가 이제는 물이 올랐다는 것을 방증한다. 윤아정은 “실제로는 다른 사람 걸 뺏거나 감정을 분출하는 걸 못하는데 드라마에서라도 이렇게 모든 감정과 욕망을 다 내뱉으니 시원할 때도 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백년의 유산’에서 윤아정은 자신의 욕망과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몸을 내던지는 연기도 주저하지 않았다. 짝사랑하는 이세윤(이정진 분)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주리는 물에 몸을 내던지는 등 자살시도를 한 것. 이 장면을 찍기 위해서 윤아정은 무려 4시간 동안 수중 촬영을 했다. “격렬한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정말 기운이 다 빠졌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 장면은 주리가 가진 욕망의 깊이를 표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작품을 위해 몸을 내던지는 건 윤아정의 특기이기도 하다. 하정우와 함께 영화 ‘비스티 보이즈’를 촬영할 당시에도 큰 사건이 있었다. 그중 미선 역을 맡았던 윤아정은 한겨울 목욕탕 앞에서 하정우에게 “사랑한다고 XXX아”라며 맞는 모습을 연기했다. 당시 촬영 현장이 얼음바닥이었는데 하정우에게 모자를 잡히는 장면에서 뒤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크게 찧었다.
“감독님이 리얼을 추구하셔서 촬영을 끊지 않고 연기를 계속했어요. (하)정우 오빠한테 모자를 잡힌 채로 배를 맞는 장면이었는데 배에는 복대를 차고 있어서 괜찮았지만 머리를 찧은 충격이 커서 사고 이후에 솔직히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이 안나요. 그래도 NG내지 않으려고 계속했어요. 촬영을 마치고는 하염없이 눈물만 나더라고요. 그 장면을 한 번 더 찍었데 마치자마자 병원에서 CT촬영을 했어요. 다행이 큰 부상은 아니었고요. 제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 뻔 했던 거죠.”(웃음)
그런 윤아정의 열정 덕분이었을까. ‘비스티보이즈’에서 윤아정이 하정우에게 맞는 장면은 여전히 인터넷에서 회자될 정도로 현실감이 대단했다. ‘백년의 유산’, ‘비스티 보이즈’에서 공통적으로 보였던 윤아정의 열연의 비결에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존재했다.
이제 길에서 알아보는 이들도 많아졌지만 윤아정은 스스로를 ‘신인’이라고 말했다. “누군가 알아보고 인사해준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감사할 뿐”이라는 윤아정에게 겸손은 몸에 밴 단어인듯 했다. 윤아정은 현재 자신을 만들어준 ‘김주리’란 역할에 큰 애착을 갖고 있었다.
“주리를 바라보면 안타까움이 커요. 그냥 ‘저런 사람도 있구나.’라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백년의 유산’이 끝나는 마지막에는 ‘쟤도 참 불쌍했구나’라고 생각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윤아정과 김주리는 성격은 정반대지만 한가지 닮은 점이 있다. 열정의 온도만큼은 그 누구보다 뜨겁다는 것. 윤아정에게 김주리라는 역할이 연기 인생에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된 건 확실해 보였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