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테러리스트가 백악관을 폭파시키고, 美 대통령을 인질로 잡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백악관 최후의 날'은 줄거리 한 줄 요약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영화다. 북한의 동태 하나하나에도 관심이 쏠리는 지금, 이 영화는 불편하면서도 흥미롭다.
'백악관 최후의 날'이 20일 오후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 작품은 백악관을 함락시키고 미국 대통령을 인질로 잡은 테러리스트들이 전 세계를 전쟁 위기에 몰아넣는 상황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트레이닝 데이'와 '더블 타켓'을 연출한 바 있는 안톤 후쿠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제라드 버틀러', 모건 프리먼, 아론 에크하트 등이 출연했다.
영화 '300'으로 유명한 제라드 버틀러가 전직 경호요원으로 '마이크'로 분해 백악관 사수에 사활을 걸었다. 대통령 역은 '다크 나이트'의 '하비 덴트' 역으로 국내에 얼굴을 알린 아론 에크하트 맡았고, 백악관 침공 후 대통령을 대신하는 하원의장 '트럼블'역은 모건 프리먼이 맡았다.
이 작품이 여느 블록버스터가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영화 속 악의 축이 북한 출신의 테러리스트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테러리스트 '강' 역은 '분노의 질주', '007 어나더 데이'로 우리나라에도 익숙한 한국계 배우 릭 윤이 맡았다.
테러리스트단 KUF 대장인 '강'은 북한 출신으로 아버지가 숙청된 후 국경을 넘다 어머니가 지뢰를 밟고 사망한다. 2004년 영국대사관 폭발 사건을 주도하고 파키스탄에서 우라늄 농축 기술을 북한에 빼돌렸다. 한국 경호실장으로 신분을 위장해 백악관에 침투, 대통령을 인질로 잡고 무자비한 협박을 통해 전 세계를 위협에 몰아넣는다.
영화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을 향한 공격 위협 등 현재의 국제 정서와 들어맞은 이야기 전개로 관객들의 시선을 모은다. 테러리스트가 대통령을 풀어주는 대가로 요구하는 조건은 동해에 있는 제 7함대 및 DMZ와 한국에 주둔한 미군 28,500명의 철수 그리고 미국 내 모든 핵미사일을 통제할 수 있는 암호 코드다.
이 같은 배경과 설정 탓에 러닝타임 내내 한국말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미국의 위기 상황에 대한 한국과 북한의 대응이 시시각각 중계된다. 비록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 설정하긴 하지만, 예민한 남북 정세마저도 오락으로 승화한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할지 적잖은 고민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화제성 강한 소재로 강수를 둔 '백악관 최후의 날'은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했다. 수송기 AC-130의 추락 장면과 워싱턴 기념탑 붕괴 장면 등은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러나 영화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미국 주도의 평화)의 메시지가 강해 끝난 후에도 뒷맛이 게운치 않다. 또 북한 테러리스트들의 한국어 대사를 싱크도 맞지 않게 더빙해 보는 내내 실소를 자아낸다.
이 작품은 지난 3월 미국에서 개봉해 제작비의 2배에 달하는 1억 3천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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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