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0시 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 회견을 열었습니다. 사안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백여 명의 기자들이 몰렸습니다. 마침 저는 전날 국제부 당직 근무였습니다.
9시가 넘어서 확인된 기자회견. 정치부에서 야근했던 후배까지 현장으로 달려나갔습니다. 보도국에서는 잠시 생중계 여부에 대한 논의가 들렸습니다. 결론은 중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들은 이유는 "윤창중과 같은 범죄 혐의자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생방송으로 중계까지 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의사결정 과정에 있지는 않았지만 반대 의견을 갖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기자들 중에는 윤창중 씨를 개인적으로는 몰라도 그의 칼럼, 그동안의 언행 등으로 나름의 판단을 내리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인수위는 물론이고 청와대 대변인으로 그런 인물을 기용한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칼럼에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 대한 거친 인신 공격과 억지 논리가 가득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그가 어떤 거친 언사, 억지 논리를 펼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아무런 통제가 불가능한 '생방송 중계 기회'를 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 말을 시작하면 그 느린 어투로 얼마나 오랫동안 자기 주장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제 기억으로 40여 분간 예의 그 느린 말로 자기 주장을 폈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관심만 생각하면 생중계가 맞습니다. 평소 시청률을 의식한 편성을 비판해온 미디어오늘이 시청률에도 도움이 될 내용을 왜 생중계하지 않았느냐고 하는 부분은 좀 의외입니다만, 어제 근무자들끼리도 중계하면 보기는 많이 볼 거라는 말을 했습니다.
어제 윤 씨의 기자회견 내용 가운데 각종 뉴스 프로그램에서 굳이 방송하지 않은 부분은 없을 겁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윤 씨가 청와대와 정면으로 진실 공방을 벌이는 쪽을 선택하면서 방송사의 고위층 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덜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전날과 어제 메인뉴스의 보도량 변화를 비교해보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용 누락이 아니라면 생중계를 했느냐 안 했느냐를 가지고 비판의 소재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있습니다. 물론 비판은 자유이고, 또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만.
그럼, 굳이 과거에는 왜 걸핏하면 생중계를 했느냐, 이렇게 엄밀한 기준으로 생중계를 결정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좀 궁색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뉴스 전문 매체, 즉 YTN과 같은 경우는 이런 사안에 대해 가급적 생중계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종합편성을 원칙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의 경우는 재난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면 굳이 정규 방송을 무너뜨리면서 이런 사안을 생중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과거 지상파 방송들이 생중계를 편의에 따라 남발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출국이나 귀국 회견을 모든 방송이 생중계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 방미에서도 의회 연설을 생중계했는데 그것도 전형적인 '오버'라고 봅니다. 국민들의 관심은 높지 않더라도 중요한 사안이라면 정말 스포츠 중계 때 방통위가 요구하듯이 순차 중계(방송사들이 돌아가면서 한 곳만 중계하는 것)를 하면 충분할 일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만, 윤창중 씨의 회견을 생중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귀국 회견 같은 것을 모든 방송사가 동시에 생중계하는 것에 대해서도 다른 분들 의견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절충안인데, 정말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서 이런 사안에 대해 지상파라고 그냥 정색하고 "뉴스 시간까지 기다리시오"라는 건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로서는 불충분한 게 사실입니다. 무슨 폭탄이 터질지는 모르지만 궁금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렇다면 방송으로는 말고, 인터넷 생중계를 홈페이지를 통해 하고 그걸 방송에서 자막으로 알려주면 어떨까요? 그럼 정규방송 보고싶은 시청자의 이익도 해치지 않고 무슨 거친 발언을 하더라도 보고싶은 사람은 인터넷을 볼 수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