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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일한 상인 내쫓는 전통시장 정비사업

채희선 기자

입력 : 2013.05.05 20:56|수정 : 2013.05.0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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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낡고 좁은 전통시장을 현대화하겠다며 곳곳에서 시장 재정비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사 뒤 제자리에 돌아올 수 있는 상인들은 거의 없습니다.

누구를 위한 정비사업인지 채희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층건물 틈바구니에서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서울 마포 공덕시장.

마포 공덕시장은 수십 년 동안 이곳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 돼왔습니다.

인근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시장을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3년 전 전통시장 재정비 사업 대상에 선정됐는데, 시장 상인들은 오히려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낡은 시설을 정비하고 대형 점포를 지어주겠다는 건데 상인들은 왜 싫어하는 걸까?

[김정옥/서울 공덕시장 : 여기서 그래도 수십 년 해먹은 사람인데. 대체시장도 안 해주고 덮어놓고 나가라고 그러면 안 되지.]

지난해 정비사업이 끝난 서울 보문시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시장이 있던 터에 새로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섰지만, 기존 상인들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 점포에 입점할 수 없었던 겁니다.

[김 모 씨/서울 보문시장 : 3억 원이 있으면 (주상복합 점포에) 들어가서 장사를 할 텐데, 3억이 없잖아. 돈이 없어서 못 들어가는 거야. 그래서 다 (상인들이) 뿔뿔이 떠난 거야.]

2년 전 정비사업이 끝난 서울 삼양시장엔 아예 대형마트가 들어섰습니다.

한 서울시 의원이 정비사업이 끝난 전통시장 8곳을 조사한 결과, 새로 들어선 건물에 다시 입점한 상인은 5.6%에 불과했습니다.

상인들이 다시 입점하지 못 하다보니 손해를 보기는 건물주도 마찬가지.

수억 원을 들여 지은 건물이 임대가 안 돼 텅 비어 있습니다.

[안진걸/참여연대 : 부동산 개발이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중소상공인들은 내쫓기고 또 건물주도 건물이 분양이 안 돼서 피해를 입는.]

내쫓기는 상인과 빚더미를 떠안는 건물주, 속속 들어서는 건물 탓에 도심 과밀화 문제까지.

승자가 없는 전통시장 재정비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때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이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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