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걸비스는 미국 골프계의 섹시 아이콘이다. 늘씬한 몸매와 화사한 미모로 갤러리들을 몰고 다닌다. 40 여 년 전에도 이런 미녀 골퍼가 있었다. 16살이던 1971년 사상 최연소로 미국 여자 아마츄어선수권을 거머쥔 로라 보(Laura Baugh)다. 탄탄한 골프실력에 뛰어난 외모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1971년 LA타임즈는 어린 그녀를 ‘올해의 여성’으로 뽑았고 이듬해엔 골프다이제스트가 ‘최고의 미녀 골퍼’로 꼽았다.
동급생보다 2년 먼저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만큼 두뇌도 명석했다. 17살 땐 명문 스탠포드대학의 전액 장학금 제의를 물리치고 금융그룹 IMG와 계약한 뒤 프로로 전향한다. 이혼한 어머니 밑에서 가난에 찌들어 산 그녀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데뷔 첫 해엔 LPGA 신인왕에 오르며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세상이 그녀를 운동만 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동차는 물론 각종 생활용품 회사의 모델로 활동하며 돈을 긁어 모았다. 그녀가 출연한 한 치약회사의 광고는 광고계의 오스카상이라고 할 수 있는 클리오 어워즈까지 받았다. 프로골퍼라기 보다는 연예인에 가까웠다. 연습량은 턱없이 부족했고 투어 성적은 수입과는 반대로 하향곡선을 긋기 시작했다.
25살 때인 1980년 결혼했지만 한 달 만에 파경을 맞았다.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듭하는 동안 7명의 아이를 낳았다. 순탄치 못한 가정사로 생긴 상처를 술로 달래다 알코올중독자가 돼 생명이 위독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녀는 그 때서야 인생의 주객이 뒤바뀌었음을 깨달았다. 눈물겨운 노력으로 몸을 추스르기까지의 사연을 ‘out of the rough’라는 책으로 펴내 골프팬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그녀는 2004년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인생에 대한 회한을 쏟아냈다. “경제적기반을 갖춰 놓고 골프에 전념하려고 했는데 계획대로 안됐다”고 털어놨다. 또 “섹시한 외모 때문에 별 볼 일 없는 운동선수가 돼 버렸다”고 개탄했다. 이어 외모 비즈니스로 이름을 날린 테니스 선수 “안나 쿠루니코바에 동병상련의 정을 느낀다”며 “운동과 경기에 집중하는 대신 외모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자책했다.

골프계의 쿠루니코바로 통하는 나탈리 걸비스는 2007년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으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타이거 우즈를 가르친 부치 하먼으로부터 집중적인 훈련을 받은 결과였다.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골퍼로 꼽힌 호주의 안나 로손은 모델과 프로골프선수를 겸업하는 외모 사업가다. 당연한 결과지만 성적은 변변치 못하다. 중계화면에선 보기 힘든 그냥 예쁜 골퍼다.
지난해 LPGA 상금왕 박인비 선수가 벌써 시즌 3승을 챙기며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지만 28개월째 메인 스폰서가 없었다. 2009년 역시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신지애 선수도 한 때 스폰서 가뭄에 시달렸다. 기업들이 외모만을 따지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스포츠의 본질은 경기력이고 외모는 말단이다. 양념으로 본 메뉴를 대체하려는 기업이라면 스포츠 마케팅 개념이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됐다. 부끄러운 일이다. 중국의 한 기업이 타이완의 청야니 선수에게 국적을 중국으로 바꾸는 조건으로 2천 5백만 달러를 제시했던 게 외모 때문이었던가?

다행스럽게도 KB금융그룹이 박인비 선수의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기로 했다고 한다. 그녀의 실력으로 봐선 기대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장담한다. 운동선수는 수준급의 기량을 펼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때론 섹시하기까지 하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 이상은 눈요기다. 미모에 치중하는 선수들도 당장은 페어웨이를 지키는 듯 하지만 머지 않아 인생항로가 흰 말뚝 밖 OB구역으로 벗어나 버릴 것이다. 인생엔 잠정구나 벌타 없이 다시 치는 멀리건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