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정치

[취재파일] 북한의 '김관진 흔들기'…속사정은?

김흥수 기자

입력 : 2013.04.26 09:16|수정 : 2013.04.26 09:22


 지난 23일 국방부에 소포 하나가 배달됐다. 받는 사람은 김관진 국방장관, 하지만 발송인은 적혀 있지 않았다. 이를 수상히 여긴 국방부는 생화학테러 대응팀을 투입해 조심스럽게 소포를 개봉했다. 아니나 다를까 소포 안에는 김관진 장관을 협박하는 내용의 유인물 한 장과 정체불명의 백색가루가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다.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에서 정밀분석한 결과 백색가루는 다행히 시중에서 유통되는 일반 식용 밀가루로 밝혀졌다. 하지만 국방부는 주요 인사에 대한 명백한 테러시도 행위로 규정하고 경찰과 공조수사에 착수했다. 김장관에 대한 위협은 바로 며칠 전에도 있었다. 지난 19일 용산 국방부 청사 인근 삼각지역 일대에서 김 장관을 협박하는 내용의 유인물 4백 9십여장이 발견된 것이다. 소포의 유인물과 삼각지에 뿌려진 유인물은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짓을 한 것일까?  유인물의 내용을 보면 대략 짐작이 간다.

"김관진은 더러운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지 말라. 북의 최고존엄을 함부로 건드리며 전쟁광기를 부리다가는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된다."-유인물 문구

 군 관계자는 유인물의 내용으로 봤을 때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이나 국내 종북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유인물은 최고존엄을 언급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최고 존엄, 그러니까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남한의 비난 발언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지난달 개성공단 차단 조치를 내릴 때에도 최고 존엄을 비방했다는 게 큰 이유였다. 지금까지도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남한 당국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용의자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단정할 순 없지만 북한이 관련됐을 개연성이 높은 이유다. 

 북한의 '김관진 때리기'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북한 매체들은 '괴뢰군부 호전광', '인간 오작품' 등
갖가지 수사를 만들어내며 김관진 장관을 맹비난해왔다. 또 김관진 장관의 얼굴을 표적삼아 사격 연습을 하거나 군견이 김 장관의 얼굴을 물어뜯는 등의 영상도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해왔다. 자신들의 '1호 벌초대상'으로 규정하면서 심리적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듯하다. 북한 입장에서는 김장관의 연임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 이후 국방장관으로 취임한 김장관은 그동안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곧바로 몇 배로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실제로 일선 지휘관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이 도발하는 즉시 '선대응 후보고'를 원칙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해왔다. 두 차례의 뼈아픈 기습 공격을 당한 뒤 군의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북한이 조금이라도 도발하면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제대로 응징해주겠다며 벼르고 있다. 확전을 우려해 당하고도 제대로 갚아주지 못했던 과오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북한에게 우리 군의 분위기 자체를 '강성'으로 바꿔버린 김장관은 '눈에 가시'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이번 '괴소포' 소동도 심리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비록 백색가루의 정체가 밀가루로 밝혀졌다고 해도 언제 어떤 형태의 테러 시도가 있을 지 모르기 때문에 군 당국은 그에 따른 대비태세를 항상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긴장상태가 오래 지속될 수록 피로도가 높아지기 마련이고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대전에서 심리전은 고도의 전략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정공법'으로 상대를 꺽을 수 없다고 판단될 때 나오는 전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북한은 그동안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며 '즉시 군사적 행동에 돌입할 것이다'는 주장을 여러 번 해왔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물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북한의 이런 공언(空言)은 현재 북한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증표'일 수도 있다. 경찰과 군당국이 23일 '괴소포' 발송자와 19일 '김 장관 협박 유인물' 살포자를 추적하고 있다. 새로운 '증표'가 또 하나 드러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