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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전국노래자랑', MSG 없는 정직한 휴먼 드라마

김지혜 기자

입력 : 2013.04.24 14:02|수정 : 2013.04.24 14:02


'전국노래자랑'의 가장 큰 미덕은 '정직한 영화'라는 것이다. '사람'을 전면에 내세운 휴먼 드라마 장르는 대부분 억지스러운 설정을 집어넣고 관객에게 웃거나 울길 강요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네 이웃에서 익히 볼법한 현실적인 사연으로 자연스러운 공감을 유발한다. 자극적인 MSG가 없어 맛은 없지만, 패스트푸드에 질릴 때 생각나는 할머니 표 된장찌개처럼 말이다.

'전국노래자랑'은 대한민국 대표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한 참가자들이 단 한 순간,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꿈의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 대한민국 방송사에 한 획을 그은 장수 프로그램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는 지난 30년간 쏟아져나온 수많은 이야기를 4가지로 추려냈다.

아내 미애(류현경 분)의 미용실 셔터맨를 하면서 국민가수를 꿈꾸는 봉남(김인권 분), 노래자랑에 나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고 하는 김해 시장 주하나(김수미 분), 음료 브랜드 홍보 때문에 등 떠밀려 노래자랑에 출전하게 된 현자(이초희 분), 서울로 떠난 엄마를 기다리며 할아버지(오현경 분)와 사는 초등학생 보리(이환희 분)의 사연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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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에 이르는 다양한 세대의 사연을 나열하며 관객을 폭넓게 수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 과정에서 세파에 찌들려 시들해져 버린 꿈, 시작하는 남녀의 풋풋한 사랑, 할아버지와 손녀의 애틋한 정 등의 익숙한 정서가 관객들의 가슴에 자연스레 파고든다. 

후반부에 이르러 영화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전국노래자랑'에 초점을 맞춘다. 각자 의미 있는 사연을 품고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땀과 눈물을 쏟아내며 단 한번의 무대를 보여준다. 프로그램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설정이 다소 평이하고 촌스러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모티브가 오롯히 동명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것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선택이다. 

'전국노래자랑'은 그 누구도 바보 같은 천사로 그리거나, 말도 안되는 악당을 만들지 않는다. 그저 우리네 삶에서 흔히 봄 직한 이야기를 소재로 시작해 감동의 탑을 쌓아올린다. 그러나 이 점은 영화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극적인 클라이맥스, 소위 말하는 강력한 '한방'이 부족하기에 젊은 관객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있게 다가갈 지는 미지수다.이미지
대부분 출연진은 안정된 연기로 각자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주인공 '봉남'역의 김인권은 성실한 연기로 영화를 빛낸다. 전문가에게 배웠다는 춤과 노래는 직업 가수에는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가수를 꿈꾸는 아마추어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또 제작자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캐스팅을 염두에 두었다는 원로배우 오현경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외부로 감정 표출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표정과 목소리만으로 할아버지의 따스한 정을 표현해내 관객의 코끝을 찡하게 한다. '전국노래자랑'의 산역사인 송해의 등장은 이 영화가 선사하는 가장 당연한 보너스다.

알려졌다시피 '전국노래자랑'은 방송인 이경규가 '복수혈정', '복면달호'에 이어 6년 만에 제작에 나선 작품이다. '전국노래자랑'의 영화화를 결심한 그는 무려 4년간 시나리오 작업에 매진하며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데 공을 들였다.

다행히도 작품적인 가치나 흥행에 대한 욕심에 연연하지 않고 관객과의 교감을 우선시한 그의 정직한 영화 철학은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12세 관람가, 런닝타임 112분, 5월 1일 개봉

ebada@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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