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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테러, 美 '네티즌 수사대' 활약…논쟁도 촉발

입력 : 2013.04.22 14:58

"활발한 참여로 수사에 도움"…엉뚱한 용의자 지목 부작용


"전 국민이 경찰 역할을 맡은 셈이죠. 주요 사건에서 하나의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유진 오도넬 뉴욕시립대 교수)"

"네티즌 수사는 정말 도움이 되거나 폭도의 행패가 되거나 둘 중에 하나죠(핸슨 호세인 워싱턴대 디지털 미디어 석사과정 디렉터)"

최근 용의자가 검거된 보스턴 테러 사건이 미국에서 '네티즌 수사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많은 시민이 용의자 정보를 인터넷에 공유하며 수사를 도왔지만 엉뚱한 사람에 대한 '마녀사냥'이 벌어지는 부작용도 낳았기 때문이다.

22일 뉴요커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테러는 미국 대중이 가장 활발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아마추어 수사'를 벌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네티즌들은 트위터와 뉴스 공유 사이트 레딧(Reddit), 한국 디시인사이드와 비슷한 게시판 포첸(4Chan) 등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공개한 용의자의 사진·영상, 인상착의, 사건 단서 등을 퍼뜨리며 당국의 수사를 간접 지원했다.

9·11 사태 이후 미국 본토에서 최대 사상자를 낸 테러인데다 스포츠 경기 관중을 겨냥한 잔혹한 테러수법이 큰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온라인 공간에서의 국민적 참여를 활발하게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사용자들은 사건 초기에 수사가 미궁에 빠지자 폭발 연기와 현장 사람들의 시선 등을 분석해 폭탄이 설치된 위치를 추정하고, 마라톤 현장 사진에서 배낭을 멘 남성들을 일일이 분석했다.

전 뉴욕시 검사인 오도넬 뉴욕시립대 교수는 수사 진행상황에 관한 정보가 PC, 스마트폰, 방송 등으로 확산되면서 용의자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용의자 차르나예프 형제는 사건이 터진 나흘만인 19일 수사당국에게 신원이 확인돼 형 타메를란은 경찰 추적 중 숨지고 동생 조하르는 총상을 입고 생포됐다.

그러나 네티즌 수사는 혼란도 컸다.

사람들이 차르나예프 형제의 신원이 발표되기전 "용의자가 확인됐다"며 잘못된 정보를 나르면서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봤다.

특히 최근 실종된 브라운대 학생인 서닐 트리파시는 레딧과 트위터에서 용의자로 지목돼 페이스북 페이지가 악성 댓글로 덮히는 봉변을 당했다.

레딧의 일부 사용자는 트리파시의 가족에게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다"고 사과했다.

고교생 살라 에딘 바르훔(17)도 자신의 사진이 용의자로 인터넷에 공개됐고 일간지 '뉴욕 포스트'가 1면에 사진을 실었다.

그는 혐의사실이 없다는 경찰 발표 뒤에도 "주변 시선이 무서워 밖에 나갈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일부 네티즌은 경찰과 소방대원 등의 무전내용을 무차별적으로 인터넷과 트위터에 중계해 수사당국이 '용의자가 도주에 악용할 수 있다'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뉴요커의 테크놀로지 전문기자 맷 뷰캐넌은 블로그에서 "인터넷에서 진실을 좇는 행위는 앞으로도 미친 듯 빠르고 혼란스러울 것"이라면서 "우리가 원하는 진실을 못 찾을 수 있지만 언젠가 옳은 답이 나올 거라고 안 믿기도 어려워진다"고 평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네티즌 수사'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그는 조하르 생포 뒤 연설에서 "즉석보도와 트위터의 시대에는 작은 정보에 집착해 성급히 결론을 내리려는 유혹이 있다.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고 대중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