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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두환 전 대통령, 예우대상 제외됐는데도…

권지윤 기자

입력 : 2013.04.22 13:55|수정 : 2013.04.22 13:55

경호 중단 전직 대통령 예우법·부패재산 몰수법 개정 목소리 높아


“카메라 기자들은 내 사진을 비뚤어지게 찍더라. 인상 나쁘게...젊은 사람들이 나한테 아직 감정이 안 좋은가봐...나한테 당해 보지도 않고”

지난 2008년 총선 투표를 마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한 말입니다. ‘농담(?)’으로 한 말이라는데, 이런 말을 농담으로 할 수 있는 걸 보면 그에게 지난 과거는 이미 추억으로 승화된 것 같습니다.
내란죄, 반란죄로 사형까지 선고받았던 전직 대통령, 비록 무기징역형으로 감형돼 형이 확정됐지만 그에게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이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호칭 반대자들은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됐다는 것, 즉 정당한 권력이 아니라는 역사적 평가를 그 이유로 제시합니다. 또, 전두환 정권 시절 자행된 인권유린 피해자들, 5.18민주화 운동 유공자와 조작된 사건에 연루돼 고문을 받은 피해자들, 그 고통이 가난마냥 세습된 유족들의 호소도 있습니다.

이 밖에 다른 이유도 있지만 법조인들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경호동 유상임대’ 논란에서 법적 근거를 찾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그’는 국가의 경호,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경찰 경호를 받고 있습니다. 11대,12대 대통령을 역임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그는 ‘쿠데타의 수괴‘ 혐의로 형이 확정되면서 대통령 예우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전직 대통령예우법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연금, 치료, 비서관 지원, 그 밖의 예우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엔 ‘그’가 어떻게 권력을 쥐었느냐에 대한 처벌 조항과 해석은 없습니다. 다만, 전직 대통령이 어떤 죄를 저질렀을 경우 삭제되는 예우 조항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역사적 평가는 논외로 하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은 예우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돼 있는 겁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법조인들은 대통령이라는 호칭도 붙일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혁간 이념논쟁 중 하나인 ‘전두환 정권’에 대한 평가가 전제되지 않더라도, ‘대통령’ 호칭은 일단 생략해도 된다는 겁니다.

이들은 ‘전직 대통령’ 호칭도 붙일 수 없는 사람에게 국가가 나서서 경호를 해줘야 하냐고 말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를 경찰이 경호하는 건 전직 대통령 예우법상의 예외조항 때문입니다. 해당 법을 보면, 예우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필요한 기간의 경호와 경비는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든, 탄핵을 받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 모든 예우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경호와 경비’는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예외 조항 해석 두고 의견이 갈립니다. 일부 법조인은 예외조항의 마지막 구절인 ‘할 수 있다’는 건 ‘해야 된다’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경호를 중단해도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일부 법조인들은 ‘경호 중단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법 개정을 통해 예외조항이 삭제돼야만 경호를 중단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구절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일단 법적 논란을 접어두고, 현재 경호상황을 먼저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얼마 전 그가 살고 있는 서울 연희동 사저를 다녀왔습니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로 취재 접근은 쉽지 않습니다. 꽤 많은 경력이 사저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만만치 않은 인건비가 지출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실제 경호비를 확인해보니 ‘억’ 소리가 났습니다. 2011년 경호 인건비만 6억5천여만원이 들었고 차량비 등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모두 6억6천7백여만원이 들었습니다. 지난핸 무상으로 사용되던 경호동이 유상으로 바뀌면서 6억9천2백만원이 지출됐습니다.

이미지경호동 소유주인 서울시는 이달 말에 재계약을 앞두고 경호동 임대료를 80만원 올려 2천1백80여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은 이달 초  서울시에 임대료를 내고 내년 4월말까지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올해 경호비는 전년도보다 오를 전망으로, 매년 7억여원의 경호비가 지출되고 있는 겁니다. 전두환 정권의 피해자들인 5.18 민주화 운동 유공자들이 국가로부터 받은 보상비 평균 액수가 5천2백만 원인데, 13배 규모의 돈이 매년 가해자에게 지급되고 있는 셈입니다.

경호를 두고 비난 여론이 커진 이유는 또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다 지키고, 지키지 않을 경우 온갖 제재가 들어오는 ‘납세의 의무’를 그는 수년 째 방관하고 있습니다. 그는 부동산 거래를 했는데 그에 따른 양도세 3억원과 지방세 3천8백만 원을 4년째 체납하고 있습니다. 또 오는 10월이면 시효가 완성되는 추징금 1천673억도 16년째 미납하고 있습니다. 반란으로 정권을 손에 쥔 뒤, 각종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 조성한 비자금에 대해 법원이 내린 추징금조차 집행되고 있지 않고 있는 겁니다.

앞서 언급했던 농담과 쌍벽을 이루는 “통장 잔고가 29만 원 뿐”이라는 이유에섭니다. 그는 가진 재산이 없어 납부할 능력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추징금을 회수해야 하는 검찰이나 세금을 거둬야 하는 세무당국에선 그에겐 신용카드 한 장도 없고 금융거래도 없다며 발 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자녀들은 초호화 건물에서 지내며 대형 출판사, 대형 빌딩, 허브 농장을 소유한 수백억 원대 자산가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지 않는 이상 자녀가 대신 세금을 낼 필요가 없고, 추징금은 일신전속(一身專屬)이라 국가가 받아야할 1천6백76억여원은 영영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자는 ‘그’를 두고 제기된 비판 여론을 ‘정치적 보복 또는 복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내용을 곱씹어 보면 이는 특정인에 대한 증오가 바탕이 된 ‘단죄 여론’이 아닙니다. 한 변호사는 이번 문제에 대해 “법적 관점을 떠나 사회 정의적 관점에서 온당한 지부터 살펴봐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법의 근본인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엄격한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법과 규범이라는 건 태초부터 존재한 적이 없고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겁니다. 이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 반듯이 지켜져야 하는 게 형평성과 공정함입니다. 성문법이 없던 과거와 달리 원한에 가득 찬 개인이 사적 복수를 하지 않는 것도, 국가가 ‘절차적 정의’를 토대로 ‘결과적 정의’를 이뤄주겠다는 사회적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국회에서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경호를 가능토록 하는 예외조항을 삭제하는 ‘전직 대통령 예우법 개정안’, 부패 재산의 세습을 막는 ‘부패재산 몰수법 개정안’도 발의됐습니다. 또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의 경우엔 한해서, 불법적으로 조성됐다는 의혹이 짙은 재산에 대해선 재산증식 방법을 본인이 소명해야 되고, 그러지 못하면 추징토록 하는 법안도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통과되진 못했습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발의만 됐고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의원 간 공감대 형성이 없었던 이유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정치적 이유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의 기억이 사회적 의미를 가질 땐 역사가 됩니다. 이미 ‘그’에 대한 개인의 기억들은 공공기억이 됐고, 이에 따른 역사적 평가도 어느 정도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한 전두환 정권의 피해자들이 많습니다. 더욱이 지금처럼 ‘그’ 의 주변을 에워싼 부당함이 정당함처럼 굳어져 버린다면 역사의 아픔은 재생산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를 방치한 국가에 대해선 국민 신뢰가 무너질 게 분명합니다. 역대 정부들이 신뢰를 잃은 건 권력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법 개정 또는 집행, 형벌을 공평하게 내리고, 세금을 공정하게 거두는 권한 등 이런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겁니다. 그렇기에 정부와 정치권은 그와 그를 둘러싼 상황을 계속 방치만 해선 안 되는 겁니다.
물론 ‘그’에 대한 총체적 역사 평가는 시대에 따라 온도차를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법적 평가나 정의에 기초한 평가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하루 빨리 엄격한 법집행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보완입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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