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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심신미약' 판단…가족살해 패륜아 감형

입력 : 2013.04.18 17:18

동생 이어 아버지 살해한 40대 피고인 항소심서 20년→15년 감형
항소심 재판부, 1심과 달리 '만취로 인한 심신 미약상태' 인정


두 차례나 가족을 살해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40대가 항소심에서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감형됐다.

2008년 조두순 사건 이후 '심신미약'에 따른 형량 감경이 비판 여론에 부딪혀 법정에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추세를 고려하면 의외의 판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8월 1일 오전 9시께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 사는 유모(46)씨는 새벽녘 일을 마친 뒤 술을 마시다 뒤늦게 귀가했다.

이를 본 유씨의 아버지(당시 67세)는 "왜 매일 술을 마시느냐"며 꾸짖었다.

꾸지람이 듣기 싫었던 유씨는 "나도 힘들다. 제발 그런 소리를 하지 마라"고 소리치다가 격분해 주방에 있던 흉기로 아버지를 찔러 숨지게 했다.

곧바로 경찰에 체포돼 존속 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유씨는 1심 재판에서 범행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과거 동생을 살해한 그의 범죄 전력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씨는 아버지를 살해하기 15년 전인 1997년 8월 5일 동생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001년 12월에 출소했다.

당시 유씨는 동생을 살해한 것에 대해서도 술에 취했다고 항변해 비교적 짧은 형을 살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피고는 동생을 살해했을 당시에도 술 때문이었다고 이유를 댔던 점으로 미뤄 이후 술을 자제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지만 아버지를 살해하기 전에도 거의 매일 술을 마셨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전후 술을 마셨던 사실은 인정되나 그 때문에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유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유씨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가족이 선처를 요구하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0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김시철 부장판사)는 18일 원심을 파기, 유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유씨가 과거 동생을 살해한 전력이 있는 사실을 고려하면 원심 형량이 무겁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범행 당시 만취 상태로 심신이 미약했고 치료가 우선이라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한다"고 설명했다.

1심 판결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던 '심신미약'이 받아들여져 감형이 이뤄진 것이다.

원심·항소심 재판부의 엇갈린 판단에 '심신미약'에 따른 형량 감경 문제가 또다시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대전지법에서 열린 강도살인 사건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술 때문'이라는 변론이 기각되고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또 같은 해 3월 춘천에서 발생한 친구 살해사건 항소심에서도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법원은 수용하지 않았다.

(청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