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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빌보드 정상 "충분히 가능" vs "힘들다"

입력 : 2013.04.18 13:23|수정 : 2013.04.18 13:29

전작 인기 식기 전 발빠른 행보
빌보드 집계 변화 호재…팝스타 신보도 영향 미칠 것


세계 음악 시장도 더 이상 싸이(본명 박재상·36)를 히트곡이 하나뿐인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라고 부르기 어렵게 됐다. 신곡에 대한 부담과 압박이 컸던 싸이도 이제 한시름 놓게 됐다.

싸이가 18일 신곡 '젠틀맨'으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에 12위로 첫 진입했다.

한 주간의 빌보드 집계 시점을 고려할 때 신곡 발표 날짜가 애매하고, 외신 평가도 호불호가 갈려 첫 진입 성적으로는 기대 이상이란 평가가 대부분이다.

'강남스타일'이 '핫 100' 64위로 첫 진입한 것과 비교해서도 52계단이나 앞섰다. '강남스타일'의 빌보드 최고 기록인 7주 연속 2위 보다 더 높은 기록을 기대하는 이유다.

국내 대중음악계는 한국어가 담긴 노래로 두 번이나 빌보드 '톱 10'을 노리는 것만으로도 가요사를 다시 쓰는 성공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남스타일' 효과·빌보드 집계 변화·개성 있는 콘텐츠가 배경 = 빌보드에 따르면 '젠틀맨'은 이번 주 집계에 포함된 이틀 동안 유료 스트리밍에서 860만 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또 유튜브 조회수에서도 1억 건을 돌파해 18일 오전 현재 1억3천200만 건을 기록 중이다.

'핫 100' 차트는 닐슨 사운드스캔을 통한 싱글 판매량,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유료 스트리밍, 방송 횟수 등을 합산해 산출된다. 지난해 '강남스타일' 열풍 때와 달리 올해 초부터 미국 내 유튜브 조회 수도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싸이가 빌보드에서 선전한 배경으로 '강남스타일'의 후광 효과와 빌보드 집계 방식의 변화를 꼽았다.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 씨는 "'강남스타일' 효과가 있었다"며 "재미있는 건 '강남스타일'이 1위인 나라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싸이의 인기가 현재진행형인 상태에서 신곡이 더해졌다. 인기가 식기 전에 발 빠르게 그 인기를 이어간 행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에서 반응을 얻고 해외 유명인들이 SNS에서 퍼나르며 확산됐지만 이번엔 싸이의 인기가 유지되고 있어 신곡에 대한 호응이 더 빠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대중음악평론가 성시권 씨는 "'강남스타일' 때는 싸이가 세계적으로 무명이었지만, 지금은 월드스타가 된 상태에서 신곡을 공개했다"며 "전세계 기반으로 팬층이 확대된 상황에서 마케팅이 이뤄졌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유튜브 점수가 포함되는 빌보드 집계 방식의 변화는 분명히 큰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방식이었다면 '강남스타일'이 당시 빌보드 1위를 기록했을 것이라고도 한다.

빌보드에 정통한 한 블로거는 "'젠틀맨'의 음원 판매량이 2만7천 건으로 집계된 걸 감안할 때 12위라는 순위는 유튜브 조회수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또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도 "빌보드의 순위 산정 방식이 바뀌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사실 '강남스타일'이 터졌을 때보다 더 나은 상황이 아닌데다가 신곡 특수를 고려해도 20위권이면 좋은 순위라고 여겼다. 그런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성시권 씨 역시 "유튜브가 영향을 미쳤다"며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유튜브에서 UCC 마케팅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이번에도 큰 수혜자"라고 강조했다.

'젠틀맨'의 음원, 춤,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가 가진 개성과 전염성도 한몫했다. 특히 이 곡은 '강남스타일'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 전략적으로 해외를 겨냥해 만들었다.

서정민갑 씨는 "'젠틀맨'은 '강남스타일'보다 곡 자체가 더 쉽게 들린다"며 "또 '강남스타일'에 코믹한 B급 정서가 있었다면 '젠틀맨'은 B급 성격이 더 강해졌고 춤은 훨씬 성인지향적이며 뮤직비디오도 섹슈얼한 요소가 부각됐다. 싸이의 캐릭터를 한층 분명하게 드러내며 재미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싱어송라이터 신승훈은 "싸이는 국내와 해외를 놓고 '어디에 맞춰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며 "'강남스타일' 때는 한국인들을 위해 만든 곡이 해외에도 알려졌다면 '젠틀맨'은 클럽 음악 색이 한층 짙어진 만큼 국내보다 영국 등 유럽 지역에서 훨씬 인기를 끌 것이다. 리믹스 음원으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빌보드 1위 가능할까..美 프로모션 상황·팝스타 신보 고려해야 = 빌보드가 다음 주 '젠틀맨'이 '핫 100' 차트에서 '톱 10'을 휩쓸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만큼 1위 등극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젠틀맨'은 다음 주 집계 기간을 꽉 채워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자료를 제공하고 싸이가 다음 주 미국으로 출국해 방송 등의 프로모션을 펼칠 경우 유력한 1위 후보로 꼽힐 만하다.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다음 주 뉴욕으로 출국해 바로 프로모션을 시작하면 그 다음주 차트 상승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팝 시장의 흐름도 중요한 상황.

'핫 100' 차트에서 핑크의 '저스트 기브 미 어 리즌'(Just Give Me a Reason)이 지난주 3위에서 이번 주 1위로 뛰어올랐고 맥클모어&라이언 루이스의 '스리프트 숍'(Thrift Shop)이 비연속적으로 6주에 걸쳐 2위를 차지하며 강세다.

워너뮤직의 조혜원 과장은 "맥클모어&라이언 루이스는 또 다른 곡 '캔트 홀드 어스'(Can't Hold Us)로도 이번 주 5위에 올라 상승세가 강한 만큼 싸이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달 중 윌아이엠, 다음달 다프트 펑크, 로드 스튜어트, 써티 세컨즈 투 마스, 6월께 비욘세 등의 새 음반이 대기 중이다.

이러한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젠틀맨'의 정상 도전을 전망하는 견해는 엇갈린다.

임진모 씨는 "1위까지 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첫 진입에 10위권에 근접해 1위로 오르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 조회수도 참고하니 1위는 상당히 가까이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건 1-2권이 돼도 '강남스타일' 만큼 롱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서정민갑 씨도 "이미 7주 연속 2위를 했기에 1위의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며 "이 인기가 금새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므로 1위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 서양에서 볼 수 없는 한국적인 코믹 캐릭터와 쉽고 재미있는 음악이 싸이의 강점인 만큼 꾸준히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상 등극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소니뮤직의 이세환 차장은 "1위는 힘들 수 있다"며 "한국어가 담긴 가요로 빌보드 '톱 10'에 두 번 진입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적이다. 싸이에게 1위를 바라는 것은 우리의 욕심"이라고 지적했다.

성시권 씨도 "1위는 좀 힘들 것 같다"며 "발음이 쉬운 한국어에 라임(운율)을 살렸지만 언어의 장벽이 있고 미국 현지에서 계속 활동하기 어려우며 마케팅의 한계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클럽 음악인 만큼 전세계 해외 수요가 높아져 롱런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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