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무슬림의 짓이 아니었으면…."
15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장에서 발생한 '폭발 테러'의 정확한 배후세력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14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참사를 바라보는 대다수 이슬람교도들의 심경은 우려를 넘어 공포에 가깝다.
이번 사건이 무슬림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2001년 9·11 테러 이후 또 한 번 이슬람권이 비난과 보복의 표적이 되리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현지시간) 인터넷판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이슬람교도들의 복잡한 마음이 "제발 무슬림 소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트위터 메시지에 함축돼 있다고 보도했다.
'헨드 아므리'라는 이름의 리비아 네티즌이 올린 이 메시지는 유명 언론인 등을 통해 100여 차례 리트윗되며 광범위한 호응을 얻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거점을 둔 방송사 '알 안'의 제나 무사 기자는 아므리의 메시지를 리트윗하면서 "모든 무슬림들의 현재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에 사는 '네르바나 마흐무드'라는 트위터 사용자는 "테러리즘에는 종교도 인종도, 국적도 없다.
테러에 맞서 모두 뭉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바이에 사는 '엘 마그다디'도 트위터를 통해 "'이슬람교도' 리스트에 있는 내 트윗 친구들 모두 이번 사건을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앞다퉈 희생자를 애도하고 폭력행위를 규탄하는 이슬람권 시민들의 반응 아래에는 이번 사건을 섣불리 이슬람권과 연결짓는 것을 경계하는 마음이 깔려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2001년 9.11 사건 이후 테러 의심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급진 이슬람교 세력부터 지목하는 미국인들에 대한 일종의 '반사행위'라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리비아 동부 벵가지에서 발생한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가 사망했을 당시에도 현지 주민들이 '폭력과 살인은 이슬람이 아니다', '미국에 미안하다' 등의 영어 문구를 들고 거리에 나서는 등 비슷한 반응이 잇따랐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