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붉은빛의 파도 속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적막을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깨우는 순간, 그 끝에 반짝이는 세 남자가 섰다. 그들은 모두 한 마음이었다. 여기, 이곳에서 서로 함께 만날 수 있기를 말이다.
가혹한 현실은 이들이 이곳에서 다시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그토록 바랐던 재회가 이뤄졌다. 바로 JYJ(재중, 유천, 준수)와 15만 여의 팬들의 이야기다.
JYJ가 다시 일본 도쿄돔 무대에 섰다. 2010년 6월 ‘땡스 기빙 라이브 인 돔’ 이후 이곳을 다시 서는데 꼬박 3년이 걸렸다. ‘24552’라는 기다림의 시간이 무대 중앙에 떠 있었다. JYJ는 일본 최대 매니지먼트 회사와 현지 매니지먼트권을 놓고 소송을 진행했고 그 일로 그동안 일본에서 활동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 1월 JYJ는 다시 일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그 신호탄으로 이번 도쿄돔 공연을 펼치게 됐다.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2013 JYJ 콘서트 인 도쿄돔 – 더 리턴 오브 더 JYJ’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번 공연은 3일 전석인 15만석이 모두 매진됐다. 사전 신청자가 30만 명 이상 몰리며 JYJ에 대한 팬들의 갈증을 여실히 증명했다.
이번 JYJ의 도쿄돔 재입성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최근 일본 내 한류 열기가 눈에 띄게 식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류를 이끄는 대표적인 그룹인 JYJ가 일본에 다시금 뜨거운 한류 열풍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JYJ도 4일 공연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또 하나의 고향 같고 그동안 활동의 반 정도를 해온 일본에서 방송이든 공연이든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것이 너무나 답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된 만큼 그동안의 한을 풀듯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그렇다면 실제 일본 팬들의 반응은 어떨지 살펴보자. 지난 달 말 JYJ가 공연을 위해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자 이미 마중 나온 1000여 명의 팬들은 오랜만의 JYJ의 일본 방문에 공항이 떠나가듯 큰 환호를 보냈다.
또 앞서 말했듯 JYJ의 도쿄돔 3일 공연의 전석인 15만석이 모두 매진되고 사전 신청자가 30만 명 이상 몰리면서 3년간 활동이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은 인기를 수치로 보여줬다.
소속사 측은 “그 동안 JYJ는 가수뿐만 아니라 연기자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혀 각자의 역량을 키웠고 한국 가수 최초로 유럽과 남미 투어까지 이어지는 월드 투어를 성공하면서 방송 등의 활동은 못했지만 오히려 더 크고 견고한 팬덤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도쿄돔 주변에는 JYJ의 공연 포스터뿐만 아니라 현재 방영 되고 있는, 박유천이 출연한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와 김재중이 출연한 드라마 ‘닥터진’, 영화 ‘자칼이 온다’ 포스터가 장식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쿄 시내 한류 거리로 유명한 신오쿠보에의 각 상점에는 JYJ 특집 코너가 준비돼 있으며 거리의 가장 큰 광고판마다 JYJ가 자리 잡고 있다.
공연장에 모인 팬들의 반응도 놀랄 만했다. 3시간 가까이 공연이 계속되는 동안 관객들은 한시도 자리에 앉지 않고 JYJ를 연호했다. 5만 팬들이 흔드는 붉은 색의 야광봉은 물결을 만들며 장관을 이뤘다.
이토록 뜨거운 반응에 보답하는 길은 역시 최고의 무대로 답하는 것이다. JYJ는 4일날에는 오후 5시 30분 공연을 시작해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총 26곡의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했다. JYJ는 군무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무대뿐만 아니라 개별 무대로 자신들의 개성을 극대화 했다.
JYJ는 ‘인 헤븐’‘소년의 편지’‘겟 아웃’‘유아’‘찾았다’ 등의 히트곡들을 선사했고 세 명의 하모니가 돋보이는 ‘레이니 블루’‘낙엽’ 등의 곡들로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또 김재중은 ‘온리 러브’‘마인’, 김준수는 ‘타란탈레그라’‘언커미티드’ 등의 솔로곡, 박유천은 첫 공개하는 솔로곡 ‘그녀와 봄을 걷다’와 김동률의 ‘오래된 노래’를 부르는 등의 개별 무대로 공연 열기를 더욱 지폈다.
특히 무대 곳곳으로 들어가 팬들을 보다 더 가까이서 보려는 움직임은 카 카퍼레이드, 돌출 무대 등에서 드러났다. JYJ는 이동차를 타고 이동하며 팬들과 눈을 맞췄고 공을 던져주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했다.
이렇게 JYJ 멤버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적인 춤사위, 감성을 담은 가창력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JYJ가 움직이는 곳으로 팬들의 시선은 향했고 그렇게 JYJ와 팬들의 꿈같은 시간은 흘러갔다.
3일간 계속된 공연은 끝이 났지만 끝이 아닌 시작, JYJ와 팬들은 함께 늘 함께였다.
한편, JYJ는 올해 안에 좋은 앨범으로 다시 팬들을 만날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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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