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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말만 많고 실행은 안 되는 주행 중 DMB 시청 규제

박원경 기자

입력 : 2013.04.08 13:28

관심 시들해지자 손 놓은 정부와 정치권


Q1. 주행 중에는 상영되지 않도록 되어 있는 DMB의 잠금을 해제할 것이 불법일까요?

Q2. 주행 중에 DMB를 시청하게 되면 불법일까요? 그리고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오늘은 악용될 가능성이 다분히 높은 정보로 취재파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아니다'입니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질문의 첫 번째 답은 '불법이다'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답은 '현재로서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입니다. 불법이라고 정해 놓기는 했지만, 처벌 기준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악용 가능한 정보를 명시한 것은 이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탁상 행정, 보여주기식 정치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지난해 5월, 운전 중 DMB를 보던 트럭 운전자가 사이클 선수단을 덮쳐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후 정부와 정치권이 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떨었는데, DMB를 봐도 처벌하지 못 하고, DMB 시청을 위해 기계를 개조해도 처벌을 할 수 없는게 현실입니다.

◈ 구멍 뚫린 대안 마련한 국토교통부

DMB 시청은 단속으로 규제하는 것 보다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차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밖에서 단속하기 힘들기도 하려니와 운전자가 뭔가 시청하는 현장을 잡았다고 해도 '내비게이션'을 봤다고 둘러대면 난감해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8월 21일 자동차 생산업체 단체와 협약을 맺고, 내장형 내비게이션이 장착되 출고되는 차량의 경우 주행 중에는 DMB 상영이 안 되도록 한 것이죠.

하지만, 한계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협약의 대상이 되는 것이 내장형  DMB에만 국한된다는 것과 의무 사항이 아닌 업체들의 자율적 협약이라는 것 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자동차 실내 오디오 기기 부분에 설치되는 내장형 DMB의 비율이 밖에서 사서 다는 일명 외장형 DMB에 건줄 정도로 높아지고는 있지만, 차량형 DMB의 한 쪽 부분에 대해서는 손은 놓은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외장형 내비게이션에 대해서도 규제를 해야한다고 했지만, 외장형 내비게이션은 국토부의 소관 사항이 아니라며 반쪽 짜리 대책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반쪽 대책'이라는 것도 자율 협약이다보니 의무적으로 준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업체들이 DMB 상영이 가능하도록 생산을 한다고 해도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주행 중 DMB 상영을 금지하는 것이 의무사항이 아니니, 주행 중에 DMB 상영이 가능하도록 개조를 해도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 의지도 없고, 손 놓은 국토부

그런데도 국토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국토부도 DMB 잠금을 푸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는 DMB 잠금을 의무화하는 나라들이 없으니 우리도 의무화할 수 없고, DMB 잠금이 의무사항이 아니니 개조를 하더라도 단속할 수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외장형 DMB는 규제가 되지 않는데 내장형 DMB만 규제하게 되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항변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외장형 DMB도 규제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는데, 거기에는 귀를 닫았던 것일까요?

지난해 사고가 났을 때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서 대응책을 마련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이제 와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겁니다.

그나마 만들어 놓은 대책이라도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협약을 맺은 업체들은 주행 중 DMB 시청이 안 되도록 일명 잠금 장치를 해서 출고를 하는데, 자동차 판매 대리점에서는 공공연히 고객에게 차량 인도 전에 잠금을 해제해서 넘겨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자율 협약이 허울뿐이게 된 것이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아는 이런 현실을 국토부는 파악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주행 중 DMB 잠금을 의무화하는데 난색을 표하는 국토부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DMB를 시청하는 것을 단속하는 것입니다. 단속을 해야 하는 경찰로 사실상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단속이라는 것이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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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관심 속에 6개월 째 잠자고 있는 법안

DMB 시청을 단속하는 게 가능하기나 하겠느냐는 반론은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면서 DMB를 켜 놓기만 해도 제재를 가하겠다며 최대 7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단속의 실효성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처벌을 할 수 있다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운전자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줄 수 있다는 논거였습니다.

그나마 기존보다 진전된 대안이라고 생각되었던 개정안이지만 이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국회로 넘어간 지 6개월째입니다.

지난해 사고가 났을 때에는 DMB를 시청하는 사람들을 실형에까지 처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추진하는 국회의원들도 여럿 있었는데 그것에 훨씬 못 미치는 범칙금을 부과하려는 개정안도 통과되지 못 하고 있는 겁니다. 국회의원들의 무관심 때문일까요, 아님 실형에 처해야 되는데 범칙금 정도에 머물러서 못 마땅해서일까요? 후자가 맞다면 새로운 개정안을 추진해야 하는데, 그런 소식은 들려오고 있지 않으니 무관심 때문이 맞는 것 같습니다.

결국 지난해 사고 이후 DMB 시청을 규제하기 위한 대책이 백가쟁명 식으로 나왔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말만 많았지, 실제로 이루어 진 것은 없습니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주행 중 DMB 시청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운전자들이 스스로 주의해야한다'는 공자님 말씀이 사실상 유일한 대책입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하다면 그 많은 사고들이 발생했을까요?

DMB 시청과 관련된 사고가 또 발생하면 정부와 정치권은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또 작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대안 마련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되는 그런 모습을 또 보여줄지 모릅니다. 진정으로 DMB 시청의 위험성을 인식한다면, 그리고 지난해 보여줬던 자신들의 행동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미 많이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