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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사랑할 때’ 송승헌, 이제는 2013년으로 돌아올 때

강경윤 기자

입력 : 2013.04.04 11:51|수정 : 2013.04.04 11:51


배우의 진보와 진부는 한끝차이다. 늘 변신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까다로운 눈높이에 배우가 완벽히 맞추기는 어렵다. 통속적인 캐릭터라고 할지라도 연기에 멋을 빼고 맛을 더하면 시청자들은 그 배우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 3일 첫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의 송승헌은 한태상이라는 거친 캐릭터를 멋있게 그렸을지는 몰라도 매력적으로 표현하진 못했다. 한태상은 짐승처럼 길들여지지 않았지만 마음 속에 순수와 열정, 그리고 상처를 지닌 인물이다. 하지만 송승헌의 이 캐릭터가 가진 진부함을 씻어내진 못했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조폭이자 대부업체 실장인 한태상이 가난한 집안의 재수생 서미도(신세경 분)의 집을 찾아가 물건을 부수며 빚 독촉을 하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돈이 없던 미도의 아버지는 자살을 시도했고, 미도는 태상에게 “돈 대신 나를 사.”라고 말했다. 조직폭력배와 순수하고 당돌한 여성의 만남이라는 캐릭터 구조는 1990년 대 어느 드라마의 데자뷰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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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놉시스에 표현대로 라면 ‘시베리아 벌판의 호랑이’ 같던 한태상이 돌변했다. 어린 시절 미도와 같은 처지에 있었던 태상은 미도에게 연민을 느껴 부당한 이자를 깎아주고 학자금까지 지원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미도에게 “앞으로 너를 함부로 버리지 말은 하지마.”라는 충고까지 남겼다. 밑바닥 거친 인생의 한태상의 너무 갑작스러운 돌변을 보고 “알고 보니 한태상이 로맨티스트였네.”라고 순순히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태상이 목숨을 걸고 미도를 지키는 장면은 역시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미도를 잡아 온 폭력조직의 두목(이성민 분)에게 태상은 “그 여자는 놔줘.”라는 뻔 한 대사를 던졌다. 이어 태상은 두목이 휘두른 칼에 찔리는 와중에도 미도에게 “도망쳐. 빨리 도망치라고.”라고 소리를 쳤다. 진부한 드라마적 표현들의 나열에 ‘남자가 사랑할 때’가 2013년이 아닌 1990년대 드라마로 회귀한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마저 일으켰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치정 멜로극인만큼 과거 태상과 미도의 운명적 만남에 초점을 맞췄다.이 드라마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기 위해서 다소 뻔하게 극이 진행됐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송승헌의 캐릭터 표현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태상이 복수를 한다고 설정돼 있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과 공감은 필수다. 태상이 보다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도록 그려졌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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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송승헌은 목욕과 운동씬에서 잘 관리한 탄탄한 몸매를 드러냈다. 볼거리 면에서 시청자들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송승헌의 몸매 보다는 진정성 있는 연기로 소통하길 바라고 있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태상의 7년 뒤 모습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7년 뒤 CEO로 성장한 태상만큼이나 배우 송승헌의 성장이 기대된다.

사진=MBC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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