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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구제안 부결에도 시장은 비교적 '차분'

입력 : 2013.03.20 08:15|수정 : 2013.03.20 08:15


키프로스 의회가 예금 과세 조건의 구제안을 거부했음에도 시장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 모습이 완연하다.

표결이 몇 차례 연기되면서 이미 부결이 예상됐던 탓이 크다.

키프로스 경제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기준 0.2%에 불과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이어져 왔다.

예금에 대한 `헤어컷'(손실)이란 극히 이례적인 조치가 선례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확산하던 것이 키프로스 의회의 압도적 부결로 기세가 꺾이는 모습이다.

키프로스 정부가 황급히 2만 유로 미만 예금은 면세한다는 추가 안을 냈지만, 찬성이 단 한 표도 나오지 않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럽중앙은행(ECB)도 키프로스 의회 표결 직후 "규정대로 키프로스에 유동성을 계속 공급할 것"이라고 시장을 추슬렀다.

앞서 유럽연합(EU) 일각에서는 키프로스가 조건부 구제안을 거부하면 현지 은행이 파산하는 등 금융 시스템이 무너져도 지원하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뉴욕 소재 록크웰 글로벌 캐피털의 피터 카디요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외신에 "키프로스 사태가 유로 위기를 (본격) 재점화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이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여왔음을 상기시키면서 "키프로스 사태가 조정 국면의 '팔자'를 부추기는 좋은 빌미가 됐다"고 분석했다.

카디요는 "시장이 (키프로스 사태 충격을) 무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이 오히려 21일 새벽(한국시간) 발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기다린다면서 지금의 완화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도 시장이 크게 동요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단기채 발행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스페인은 19일(이하 현지시간) 3개월과 9개월 만기 국채를 발행해 예상 규모의 상한인 40억 유로를 차입하는 데 성공했다.

발행 금리도 한 달 전보다 크게 떨어졌다.

즉, 3개월 물은 0.421%이던 것이 0.285%에 그쳤다.

9개월 물도 1.144%에서 1.007%로 낮아졌다.

그만큼 채권 가치가 뛰었다는 의미다.

시장 관계자들은 앞서 키프로스 사태와 관련해 관건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자금시장 동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키프로스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장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안전 자산' 쪽으로 또다시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 완연하다.

미 국채 10년 물 수익률은 19일 오후 5베이시스포인트(1bp=0.01%) 빠져 1.9%를 기록했다.

한 때 1.89%까지 떨어져 지난 5일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수익률 하락은 그만큼 채권 시세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10년 만기 스페인과 독일 국채 간 수익률 차(스프레드)도 이날 4bp가 더 벌어져 359bp를 기록했다.

유로 채권시장의 대표적 안전 자산인 독일 국채(분트)로 자금이 몰린다는 얘기다.

노바스코샤 은행의 뉴욕 소재 국채 거래 책임자 찰스 코미스키는 블룸버그에 "안전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국면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 소재 기관투자가 자문사인 네비게이트 어드바이저스의 토머스 갈로마 대표도 "키프로스가 금융시장을 볼모로 잡고 연방준비제도에 변화구를 던진 셈"이라고 표현했다.

갈로마는 "키프로스 충격이 다른 유로 국으로 전이되지 않을까에도 시장이 여전히 신경 쓴다"면서 이 때문에 미 국채 시세가 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탠더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글로벌 전략 책임자 앤드루 밀리건은 "(키프로스 사태가)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라면서 그러나 시장으로 하여금 '유로 위기가 여전하구나'하는 인식을 되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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