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신혜는 장미의 화려함 보다 프리지아의 사랑스러움을 닮았다. 박신혜가 20대 여배우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두터운 팬 층을 누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이런 친숙함에서 풍기는 매력이다.
데뷔 9년차를 맞은 박신혜는 올해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이 1000만 관객수를 돌파했고 tvN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 역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차세대 로맨틱 코미디 여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박신혜가 스타에서 배우의 모습으로 천천히 바뀌고 있다는 점은 팬들의 입장에서는 뿌듯한 일이다.
박신혜는 겸손한 인사로 기쁨을 대신했다. “정말 행복하고 좋은 일이 많이 생겼어요. 사실 영화 ‘7번방의 기적’에 대한 축하는 제가 받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드라마 역시 그래요. 결과에 대한 칭찬 보다 이미지 변신을 했다는 점이 더 기뻐요.”
‘이웃집 꽃미남’은 박신혜가 은둔형 외톨이 ‘고독미’라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연예계에 일찍 데뷔했던 박신혜 역시 고독미와 비슷한 아픔을 겪은 적이 있었기 때문. 박신혜는 ‘이웃집 꽃미남’을 통해 상처가 치유됐고 또 배우로서 한뼘 성장했다고 말했다.
“진정한 친구들을 만나기 전에는 저도 그랬어요. 어린나이에 데뷔했기 때문에 친구들과 불화가 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내가 하지 않은 것도 한 것처럼 되고, 관심과 뒷얘기가 많이 부담 됐어요. 세상에 숨고 싶었던 독미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됐어요.”
그래서일까. ‘이웃집꽃미남’ 마지막 촬영을 마치자마자 박신혜는 눈물을 터뜨렸다. 이 눈물에는 정들었던 스태프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과 그동안 함께 했던 ‘이웃집꽃미남’의 독미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이웃집 꽃미남’에서도 그랬듯 박신혜는 전작인 ‘미남이시네요’에서도 여러 남성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 하는 여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드라마 밖 현실에서도 박신혜는 남성들뿐 아니라 여성 팬들에게도 골고루 사랑을 받는 몇 안되는 여배우이기도 하다.
“예쁘게 봐주실 때 정말 감사하죠. 그런 비결이요? 잘 모르겠지만 예쁜 모습보다는 매력이 자연스럽게 묻어나기 때문인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안티팬이 없었는데 요즘은 악플도 가끔 보이긴 해요. 하지만 이 역시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고 있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박신혜는 배우의 모습이지만 현실에서는 철저히 자연인으로 돌아온다. 지하철을 타고다니는 일도 많고 취미생활도 열심히 한다. 지난해에는 친구들과 수영을 배우러 다닐 정도로 대중의 시선이나 배우의 틀 안에 안주하는 걸 거부한다.
“인생은 한번 뿐이잖아요. 삶에 있어서 배우가 전부가 되기엔 인간 박신혜로서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가수 이승환 오빠가 저에게 늘 해줬던 조언들이기도 하고요”
박신혜를 말할 때 꼭 붙어다니는 수식어들 가운데 하나는 ‘자연미인’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 박신혜는 어떤 기분이 들까.
“예쁘다는 말은 언제나 들어도 좋은 것 같아요. 최고의 칭찬이죠. 못난 부분이 예뻐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미인’이라는 말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아직 스스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그런지 적응이 안돼요.”
‘7번방의 기적’과 ‘이웃집꽃미남’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박신혜는 당분간 아시아 투어에 돌입한다. 또 김지운 감독의 첫 번째 로맨틱 코미디 영화 ‘사랑의 가위바위보’(가제)에 윤계상과 함께 캐스팅돼 본격적으로 스크린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박신혜가 그리는 10년 후의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
"그 때도 철부지 여배우이지 아닐까요.(웃음)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궁금한 건 물어봐야 하고 재밌는 게 있으면 뛰어다니면서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인간 박신혜의 삶과 배우 박신혜의 삶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으면 좋겠어요."
박신혜는 여러차례 배우의 삶과 이외의 삶에 대해서 강조했다. 대중에게 친숙함과 자연스러운 매력을 지니게 된 데에는 박신혜의 이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박신혜가 프리지아의 진한 향기처럼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배우로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란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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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