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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Y] "지루하다vs흥미진진"…'제로 다크 서티' 극과 극 평가

김지혜 기자

입력 : 2013.03.15 14:26|수정 : 2013.03.15 14:26


답 없는 추적의 지루함 vs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박진감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영화 '제로 다크 서티'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제로 다크 서티'는 9·11 테러(September 11 attacks) 이후, 빈 라덴 검거를 위한 CIA 요원들의 집요한 추적과정을 그린 영화로 지난 2월 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수작이다.

지난 7일 개봉한 '제로 다크 서티'는 15일까지 전국 9만 5,687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할리우드 대작 영화와는 비할 수 없는 스코어지만 전쟁과 테러를 다룬 무거운 소재의 영화치고는 괜찮은 성적이다.

미국 평단의 호평을 받은 수작답게 영화에 관한 관심은 개봉 전부터 뜨거웠다. 개봉 후 현재까지 네이버 영화란에 기록된 관객 평균 평점은 8.70점. 영화를 본 대다수 관객이 수작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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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객 1,527명이 매긴 평점 중에는 만점 10점뿐 아니라 최하점 1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10점을 선사한 한 네티즌은 "'허트 로커'(비글로우 감독의 전작)보다 광대하고 진하다. 제시카 차스테인의 밀도 높은 연기가 공감을 준다"고 평가했지만, 1점을 매긴 한 네티즌은 "미국 교육용 비디오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혹평했다.

이처럼 '제로 다크 서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영화의 소재가 가진 특수성과 연출 스타일에 대한 관객 호불호가 나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남성보다 더 힘있는 연출을 구사하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10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석권한 수작 '허트 로커'부터 감독은 전쟁과 테러가 남기는 상흔에 집중해왔다. '제로 다크 서티' 역시 미국의 현대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9·11 테러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쫓는 자 마야(제시카 차스테인 분)의 집념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며 메시지를 극대화 시켰다. 하지만 이 '보여주기'는 철저히 쫓는 자의 시선에 맞춰져 있다. 관객은 쫓기는 자의 행방을 알 수도 없고, 그들의 어떤 이야기도 들을 수 없다.

감독은 빈 라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포로에게 한 고문이라던가, 은신처를 발견하고도 작전에 돌입하지 않는 미국 정부의 태도를 보여주지만 확실한 입장을 견지하지 않았다. 때문에 일부 관객들은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를 일컫는 말)의 시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클라이맥스인 후반부 30분을 제외하고 이야기의 고저가 미비하다. 157분의 러닝타임 중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극적인 사건이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지 않는 탓에 후반부까지 집중력을 가지기 쉽지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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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영화에 찬사를 보내고 있는 관객들 대다수는 이 영화가 가진 '조용한 스펙터클'에 열광했다. 후반부 30분간 펼쳐지는 빈 라덴 제거 작전은 그 어떤 과장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사실적이다.

작전의 수행을 위해 스텔스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하는 네이비씰의 모습부터 빈 라덴을 사살하기까지의 과정을 특수 제작된 야간투시경을 활용해 촬영했다. 유려한 영상과 시끌벅적한 음향한 삽입했다면 박진감은 넘쳤겠지만, 리얼리티는 떨어졌을 것이다.

CIA 기밀문서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 만큼  감독은 반드시 사실적이어야 한다는 목표로 약 110개의 세트 작업을 했고 구조물, 소품 등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또 적의 은신처임을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한 작전 수행에서 보이는 네이비씰 대원과 마야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도 일품이었다는 평가다.

ebada@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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