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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붙어보자!"…강우석 감독의 이유있는 자신감(인터뷰)

김지혜 기자

입력 : 2013.03.12 15:05|수정 : 2013.03.12 15:05


"센 거 있을때 제대로 붙어보자 싶었어요. '아이언맨3'와 붙어볼 만 합니다. 한국 관객들은 영화가 좋으면 지지해주잖아요. 제 작품이 후지다면야 어쩔 수 없죠. 근데 이번 영화는 자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강우석 감독은 말은 빠르고 목소리는 컸다. 영화 개봉을 약 한 달이나 앞둔 시점에서 인터뷰를 자청하는 것은 요즘 개봉 영화의 홍보 관례에서는 보기 드문 행보였다. 이유를 물으니 "언론 시사회 후부터는 침묵하고 싶어서다"라고 답했다.

"'전설의 주먹'은 보이는 데로 보면 되는 영화에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의미심장하다거나 모호한 상징들이 내포돼있어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할 영화라면 시사회 후에 인터뷰를 하는 게 맞는데 이 영화는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미리 인터뷰하자고 한거죠"

현재 충무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감독 중 임권택 감독을 제외하고 가장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강우석 감독이 신작 '전설의 주먹'으로 돌아온다. '전설의 주먹'은 과거 일진으로 날렸지만, 현재의 생활에 지친 남자들이 한 무대에 올라 주먹을 겨루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이종규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 '이끼'와 '글러브'를 만들며 쉽고 재밌는 코미디 영화에 대한 갈증을 느낀 강우석 감독은 오랜만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로 돌아왔다. 올해로 데뷔 24주년을 맞는 강우석 감독은 '전설의 주먹'을 통해 다시 한번 천만 관객에 도전할 예정이다. 흥행에 대한 전망을 낙관하고 있는 그의 근거 있는 자신감의 원천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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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0년 '이끼'에 이어 또 한 번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도전했다. '전설의 주먹'을 영화화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일단 제목이 너무 좋았고, 내용도 매력적이었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학창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 같은 것을 갖고 있다. 다 커서 그때를 돌아볼 때 '학창시절에 짱이라 했던 애들, 지금은 뭐 하고 살까' 혹은 '공부 기가 차게 하던 그 모범생은 지금 뭘 할까'와 하는 것과 같은 궁금증이 들지 않나. 그런 호기심을 흥미롭게 풀어줄 수 있는 영화가 '전설의 주먹'이다.

Q. 원작과는 내용이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어떤 부분을 크게 바꾼 것인가?

A. 웹툰은 과거 주먹을 썼던 애들이지만 이젠 몸과 마음이 뜻대로 되지 않는 루저들을 불러서 그들이 때리고 맞는 걸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원작이 가진 무겁고 칙칙한 걸 걷어내고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로 바꿨다. 온 가족들이 함께 보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영화로 말이다.

Q. 이야기의 줄기나 분위기를 많이 바꿨다는 것은 웹툰 팬들의 비난도 있을 것 같다. '이끼' 때도 상업적 완성도와 별개로 웹툰 팬들이 비난이 적잖았다.

A. 웹툰 팬들의 비난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거 신경 쓰면 영화를 못한다. 웹툰은 이야기나 소재의 매력이 상당하지만, 영화화기 어렵다. 만화는 어떤 과장을 해도 만화기 때문에 이해하고 본다. 하지만 영화는 타당성이 부족하면 바로 브레이크가 걸린다. 그래서 웹툰을 영화화기란 어렵고 위험하다. 그럼에도 인물들 설정이 매력적이다. (이끼를 하면서) 한번 겪었던 고통이니 이번엔 좀 덜했다.

Q. 일각에서는 배우들 이미지만 보고 벌써 미스 캐스팅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캐스팅은 웹툰 캐릭터의 싱크로율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둬서 한 것인가. 아니면 배우들의 역량을 중심에 두고 했나?

A. 시나리오로 옮기고 나서 거기에 맞게 캐스팅했다. 이미지가 안 맞다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면 배우들의 연기에 깜짝 놀랄 것이다. 원작은 어둡고 칙칙해서 무조건 19세다. 나는 아까 말했다시피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로 바꾸길 원했다. 원작의 분위기를 적당히 보여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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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준상, 이요원, 성지루 등의 배우들과는 한 차례씩 호흡을 맞춘 적 있는데 황정민은 처음이다. 최근 '신세계'로 다시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는데, 처음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A.능구렁이 같은 배우라고나 할까. 감독이 뭘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신세계'에 출연한다길래 '주연도 아닌 조연인데 왜 선택했냐'고 물으니 '제가 거기에서  할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더라. 이번 영화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황정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센 역할은 쉬운데, 평범한 아저씨 연기 같은 건 힘들다. 황정민이 우리 영화에서 죽여주는 연기를 펼쳤다. 기대해달라.

Q. 격투기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역동적인 액션신 구현에도 많은 공을 들였을 텐데 '전설의 주먹'에서 액션의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A. 감정이 투영된 액션이랄까. 그런데 우리 영화는 액션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겉만 보고 우리 영화가 격투기밖에 없을 것이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설의 주먹'의 장점은 드라마다. 액션은 전체 드라마를 운반하는 재미로 보는 거지. 액션이 주인공이면 안 된다. 

Q. 영화 관계자들과 만나면 요즘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의 화두는 무엇인가?

A. 한국 영화가 호황이기는 하나 영화 퀄리티가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래서 나부터라도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하게 된다.

Q. 개봉 전후로 '지아이조2', '아이언맨3', '오블라이언'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대기하고 있다. '아이언맨3'와 격돌하길 원했다고 하던데?

A. '지아이조2'가 2주 앞서 개봉하고, '오블리비언'은 같은 날, '아이언맨3'는 2주 뒤에 개봉한다. 내 생각에는 다 해볼 만 하다. 한국 관객은 영화가 좋으면 지지해주지 않나. 내 영화가 후지면 어쩔 수 없지만 센 거 있을 때 한번 붙어보자라는 마음이다. 한국 영화랑 붙는 건 싫다. 제 살 깍아먹기는 같아서다.

Q. 굉장한 자신감이다. 그렇다면 '실미도'를 잇는 1000만 영화를 기대해봐도 좋을까?

A. 글쎄, 그건 모르겠다. '전설의 주먹'은 새로운 영화라기보다는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영화라 관객들이 그 점을 포커스로 두고 감상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순제작비가 68억이고, 광고비까지 합치면 총 제작비가 약 100억 정도 들었다. 손익분기점은 350만 정도다. 일단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 우선은 손익분기점부터 넘기자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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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데뷔 후 20년 이상 영화 연출과 제작을 하면서 그 시대의 트렌드를 선도해왔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감을 잊지 않는 비결은 무엇인가?

A. 개봉하는 영화들은 거의 다 극장에 찾아가서 보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지금 관객들이 뭘 보고 어떤 것을 좋아하냐'를 눈여겨본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까지도 챙겨본다. '이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 이런 것들을 찾는다. 내 감각이 늙지 않았다면 그 힘이 아닐까 싶다.

Q. '투캅스', '공공의 적', '실미도' 등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 '강우석'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실패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창작자인 본인을 옥죄는 요소는 무엇인가?

A. 창작가가 유명해지면 대중의 기대감과 욕구도 커지고 잣대도 엄격해진다. 다른 사람이 만들었으면 박수 쳐줄 텐데 내가 만들면 "볼만하네" 정도가 되는 거지. '강우석이 만들었으니 한번 보자' 하는 자세로 영화를 보시는 관객들의 반응이 피부로 와 닿을 때가 많다. 마치 내가 만들면 재밌는 게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거지. 그런 게 겁난다.

영화가 개봉하고 난 뒤 일반 관객 속에 숨어서 반응을 살펴볼 때가 많다. 그때 내가 심어놓은 코믹에 얼마나 웃어줄지, 또 감동요소에는 얼마나 뭉클해할지를 눈여겨보는데 '에이, 여기서 왜 저런 대사를 써?'라는 식의 관객 반응이 제일 무섭다. 그럴 땐 등에서 식은 땀이 쫙 난다.

Q. 연출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

A. 한편만 꼽으라면 '투캅스 1'이고, 두 편을 꼽으라면 '투캅스1'와 '공공의 적1'이다. '투캅스'는 정말 피로 찍은 분신 같은 영화다. '공공의 적' 1편도 정말 절치부심하면서 찍은 거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먹힐지 말지는 생각 안 하고 그냥 뚝심으로 찍은 거다. 엽기적인 요소랑 코미디가 교차하는데 과연 통할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나머지는 작품들은 대부분 자신이 있었다. '투캅스'와 '공공의 적'이 가장 속썩인 자식이라 그런지 젤 기억에 남는다.

Q. 올해 직접 창립한 제작·배급사 시네마 서비스가 20주년을 맞는다. 더불어 '전설의 주먹'은 통산 19번째 연출작이다. 아무래도 20번째 작품은 신경이 많이 쓰일 것 같다. 언제. 어떤 영화를 제작할 계획인가?

A. 시네마 서비스 20주년 기념작이라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세 가지 시나리오를 보고 있는데 그중에 한편을 올해 내로 크랭크인 할 것이다. 스무 번째 작품은 나한테도 되돌아보는 의미가 있어서 정말 재밌는 영화를 하고 싶다. 

ebada@sbs.co.kr

<사진 = 시네마서비스 제공>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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