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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은의 TV공감] 권상우-조인성-강지환, 이 남자들 왜이리 가엾죠

손재은

입력 : 2013.03.12 13:33|수정 : 2013.03.12 13:33


SBS 드라마에 등장하는 권상우 조인성 강지환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부터 먹먹해진다. 앞으로 보고, 뒤로 봐도 짠한 마음에 TV 속으로 들어가 “괜찮다”고 위로의 손을 내밀고 싶을 정도다.

과거 TV 속 남자주인공은 멋진 까칠남들이 즐비했는데 언젠가부터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타나더니 최근에는 살겠다고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아픈 상처를 지닌 이들이 나타났다. 그것도 한꺼번에 세 명이나. 금요일을 제외한 일주일 내내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닌 비련의 남주인공들과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야왕’의 하류(권상우 분),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오수(조인성 분), ‘돈의 화신’의 이강석(강지환 분)은 어둠 속 터널에 갇혀서 헤매고 있다. 그것도 나란히 사람한테 배신을 당한 모습으로 철저하게 무너졌다. 물론 그 후 처한 상황들은 가지각색이지만….

하류는 고아원에서 함께 자라며 사랑하게 된 여자 주다해(수애 분)를 위해 그녀가 죽인 양아버지 시체를 유기하고, 호스트바에서 일하며 몸을 팔고, 얻어터지는 등 미련할 정도로 헌신만 하다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둘 사이에 태어난 딸 아이도 잃었고, 쌍둥이 형도 잃었는데 전과자라는 빨간 줄만 얻었다. 참다못해 이제 복수를 하고 있지만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모습은 비극적 인생에 정점을 찍었다.

오수의 처절함도 하류 못 지 않다. 갓난 아이 때 나무 밑에 버려져 고아원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된 후에는 피 말리는 인생을 살고 있다. 연인이었던 진소라가 횡령한 돈 78억원 때문에 누명을 쓴 채 감옥에 갔고, 출소하니 깡패 조무철(김태우 분)에게 돈을 갚지 못하면 죽게 된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 이에 살고자 재벌가 시각장애인 오영(송혜교 분)의 가짜 오빠 노릇을 하며 돈을 챙기려 했는데 오영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만다. 엎친 데 덮친 격 참 골치 아픈 상황이다.

하류, 오수에 비해 이강석은 아무것도 기억을 못해 속편한 상태였다. 지난 10일까지는 그냥 그냥 살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도 참 비참한 인생이다. 재벌집 도련님이었으나 아버지의 애인(오윤아 분)과 그 애인의 남자(박상민 분)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모든 재산을 가로채 한 순간 거지 신세가 됐다. 급기야 이들은 어머니를 범인으로 만들더니 정신병원에 집어넣었다. 이강석은 교통사고로 인해 이 모든 사실을 잊고 살아왔다. 기억을 잃은 대신 천재가 됐고, 이름도 이강석이 아닌 이차돈이 돼 비리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데 그 기억을 다시 되찾았다. 잊고 살았던 세월만큼 그 충격파는 배가 돼서 돌아왔다.

세 남자 모두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닐 만큼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공교롭게도 모두 어머니의 품 안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인물들이 아니다.(이강석은 어머니가 생존해 있지만 유년시절 헤어져 살았으니까) 거기에 두 남자 하류와 오수는 여자를 잘 못 만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강석도 직접적으로 당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애인때문에 고난의 길을 걷게됐다. 결국 여자가 문제다.

이들이 고통을 받으면 받을수록 시청자들은 애가 탄다. 더구나 이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꽃미남들이 아니던가. 여성 시청자들은 마냥 자신의 남자가 겪는 일처럼 감정을 몰입해 모성애를 발휘하게 된다. 그만큼 주인공들에게 애틋해진다. 

이제 두 남자(하류와 이강석)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복수의 칼을 갈고 있고, 한 남자(오수)는 목숨을 담보로 지독한 사랑에 고뇌하고 있다. 더 얼마만큼 세월이 흘러야 이들의 비극이 끝날지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은 가여운 남정네들 때문에 가슴을 부여잡는 밤을 보내야 한다.

(손재은의 TV공감은 여러 TV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모습들을 집중조명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코너입니다)

사진=SBS E! 연예뉴스 DB

손재은 기자 jaeni@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손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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