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상윤은 연기가 비탈길이 아닌 계단이라고 표현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똑같다가 어느 순간 성장하고 또 정체기를 걷다가 성장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올해 이상윤은 배우로서 한 계단을 뛰어넘은 게 확실하다.
시청률 40%대의 드라마 ‘내딸 서영이’에서 이상윤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배우로서 이상윤이라는 이름 세글자를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알렸을 뿐만 아니라, 선 굵은 연기력으로 ‘국민 남편’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배우로서 궁금증을 자아냈다는 것, 이상윤의 최고의 수확이다.
이상윤 역시 ‘내 딸 서영이’를 감사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감사한 작품이에요. 하는 동안 힘들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공부가 됐던 작품이었거든요. 우재라는 인물을 통해서 연기자로서, 인간적으로, 사랑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상처 많은 서영이에 헌신적인 남편 우재는 이상윤의 말처럼 극중 성장했다.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 기대하는 것이 아닌 기다려 주는 것이란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입체적인 감정을 그려야 했기에 배우로서 이상윤이 힘들었던 점도 있었다.
“우재가 서영이의 비밀을 알아챈 뒤 오히려 서영이를 괴롭히는 장면이 있잖아요. 명확한 감정이 아니었기에 저도 정말 힘들었어요. 상황도 답답했고요. 다음날 촬영이니까 대본을 봐야 하는데 감정이 예민해져서 대본이 봐지지 않았어요. 이보영선배도 마찬가지였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우재가 서영을 놔준 시점, 정확히 말해 우재와 서영이가 법적인 남남이 된 이후부터 오히려 이상윤은 마음이 편해졌다. ‘서영 바라기’가 되어 서영이 흔들리면 흔들리는대로, 고민하면 고민하는 대로 기다려줬다. ‘국민남편’이라는 칭호를 얻은 것 역시 그 때부터였다.
“국민 남편이라는 수식어 쑥스럽기도하고 부끄럽기도 해요. 전 우재가 아니니까 혼동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우재랑 비슷한 면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거든요. 연애할 때 우재만큼 섬세하지 못해요. 마음은 늘 그렇지 않은데 센스가 못 따라가 가는 것 같아요.”
이상윤은 외모와 말투에서 하다못해 풍기는 분위기도 반듯하다.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을 뜻하는 은어)라는 수식어가 데뷔 이후 줄곧 그를 따라다는 것 역시 이상윤이 서울대학교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전 스스로 엄친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학창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꽤 잘한 건 사실이지만 노력을 하는 편이지 재주가 많은 편이 아니거든요.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면 잘하려고 하지만 꼭 결과가 좋은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춤은 제가 아무리 해도 안돼요. 연기를 배울 때 댄스학원을 다녔는데 정말 안 되는 건 안되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이상윤은 이제 미래가 더 궁금한 배우가 됐다. ‘인생은 아름다워’, ‘내딸 서영이’에서 보여줬던 단정하고 우직한 모습에서 또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것. 이상윤 역시 스스로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내딸 서영이’를 찍으면서 많이 들었어요. 연기도 그렇고 사람으로서도 멋지고 싶어요. 한석규 선배님을 보면 그냥 사람자체가 매력적이니까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특유의 매력이 드러나잖아요. 연기는 곡선이 아닌 계단형 그래프라고 하잖아요. 또 다른 계단을 위해서 고민해야죠.”
만족감에 도취되기 보다는 새로운 매력을 갈구하는 이상윤의 고민이 아름다웠다. 배우로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이상윤에게 벌써부터 배우의 진한 향기가 피어났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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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