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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방불케 한 울산 울주군 산불 현장

입력 : 2013.03.10 04:44


"통장만 챙겨 나왔어요. 집에 남은 건 다 탈 텐데 이제 어쩌면 좋아요."

9일 오후 11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송대리 울산양육원 앞마을.

마을입구에서부터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을 뒷산에는 200∼300m 간격으로 붉은 화염이 뭉쳐 열기를 뿜어댔다.

바람을 탄 불기둥이 솟아오를 때마다 조명탄이 터진 듯 주변이 대낮처럼 밝았다.

마을 어귀에는 대피한 주민 10여명이 허탈한 표정으로 집 쪽을 바라봤다.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친정으로 달려온 손옥남(51·언양읍 동부리)씨는 "이 마을에 어머니 혼자 계시는데 너무 놀라서 아이들과 함께 왔다.

불이 계속 커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며 자녀들의 손을 꼭 잡았다.

비슷한 시각 이 마을과 직선거리로 1㎞가량 떨어진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은 불길이 이미 마을까지 내려왔다.

맨발에 내복차림으로 뛰어나온 주민들이 마을 골목 곳곳에서 손을 코를 가린 채 우왕좌왕했다.

주민들은 불을 피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마을 어귀까지 700m 이상 되는 거리를 걸어나왔다.

일부 주민들은 차마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특히 이 마을과 주변으로 퍼져있는 100여가구의 축산 농가 주민들은 소를 대피시키지 못해 속을 태웠다.

소방관들이 연방 축사 뒤쪽 산불을 잡기 위해 물을 뿌려댔지만 불길이 더 거셌다.

소 140마리를 키우는 한 주민은 "이미 포기했다.

어차피 지금 소를 풀어도 소가 갈 곳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축사에선 높고 날카로운 소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이 마을에 있는 목재공장과 자동차부품업체 직원들은 모두 회사로 나와 노심초사했다.

자동차부품업체 직원 박승욱(50)씨는 "불길이 공장 바로 뒤까지 내려와 혹시나 공장까지 덮칠까 봐 24명 직원 모두 비상대기 하고 있다"며 불안해 했다.

지난 2일부터 울산지역에 건조주의보가 발효 중인데다가 이날 뒤에서 사람을 떠미는 느낌이 들 정도의 강한 바람이 수시로 불면서 산불은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언양읍 송대리, 직동리, 다개리까지 약 5㎞ 구간이 산불로 뒤덮이면서 이 지역을 지나는 국도 24호선, 국도 35호선 도로에 연기가 자욱했다.

울산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야간이라 헬기를 동원할 수가 없어 산불진화에 한계가 있다"며 "점점 불길이 약해지고 있지만 날이 밝아야 완전히 진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