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 영아 첫 완치
지난 4일 미국에서 열린 바이러스감염 연구학회 연례총회에서 생후 2년 6개월 된 아기가 에이즈, 후천성 면역결핍증의 원인인 HIV 바이러스에서 완치된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3년 전 미국 미시시피의 한 시골병원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는데, 출산과정에서야 산모가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의료진은 생후 30시간 경과한 아이에게 에이즈 치료제 세 종류를 즉각 투여했고, 이 치료는 아이가 18개월 될 때까지 계속 됐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에이즈 바이러스의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에이즈 감염 신생아로는 세계 첫 완치판정을 받은 겁니다. 담당 의료진은 아이에게 빨리 에이즈 치료약을 집중 투약한 것이 완치 성공의 요인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례는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에 감염된 전세계 33만명의 영아 에이즈 환자에게 큰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완치 발표 후 잇따른 논란
그런데 논란도 만만치 않습니다. 너무 무리한 시도 아니였느냐? 그리고 단 한 명의 사례를 일반화 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산모가 에이즈 환자일 때 아기가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은 무려 30%정도나 됩니다. 그런데, 산모가 에이즈 환자인 걸 미리알면 예방하는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산모가 임신기간 동안 에이즈 치료약을 14주동안 복용하고 출산할 때도 치료주사를 맞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아기가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이 최고 2%수준까지 낮아 집니다. 그런데, 이 산모는 불행히도' 이런 처치를 받지 못했습니다. 에이즈 감염 사실을 몰랐기 때문인데, 이런 탓에 아기는 30%의 확률로 에이즈 환자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70%의 확률로 정상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엔 보통 아기가 에이즈에 걸렸는지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 에이즈가 맞으면 아기가 어느 정도 자란 다음, 보통 2달정도 후부터 에이즈 치료약을 먹입니다. 그런데 의료진은 에이즈 검사결과가 나오기전, 아기가 태어난지 30시간 만에 에이즈 치료약을 그것도 집중적으로 투여했습니다. 아기의 에이즈 검사결과가 반대로 정상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이 부분이 가장 큰 논란인데요, 독성이 많은 에이즈 치료약을 정상인 아기에게 쓸데없이 투여할 확률이 그 당시엔 70%였던 겁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검사 결과를 기다린 다음에 그 결과를 보고 두 달 후에 치료약을 투여하는 지금의 방식은 에이즈 완치에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면 세포내 저장소로 숨어 에이즈 치료약이 도달하기 어렵고, 또 시간이 지날 수록 강해져 약에 대한 저항력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방약이 치료약으로
이 아기에게 투여된 약은 새로운 치료제가 아니라 이미 에이즈에 감염된 어린이 환자에게 사용되는 약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약은 에이즈 바이러스를 완전히 죽이는 것이 아니라 에이즈 바이러스의 활동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에이즈에 감염된 어린이는 이 약을 평생 먹어야 하고, 어떤 의사도 함부로 약을 중단 시키는 일은 없었습니다. 만약 의사가 임의로 약을 중단시키면 심각한 윤리적 비판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 아기의 엄마는 아기가 18개월 되었을 때, 더 이상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보호자가 스스로 약을 중단 한 겁니다. 그리고 5개월 후에야 아기를 다시 병원에 데려왔습니다. 그런데 5개월이나 약을 먹지 않은 이 아기에게서 에이즈 바이러스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에이즈 바이러스 활동성 억제제로 알려진 이 치료제를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빨리 투여하면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된 예라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단 하나의 케이스에 불과할 뿐이라는 반론이 아직은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게 하나의 팩트(fact)로 받아 들여지려면, 좀 더 많은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 똑같은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조기에 투여한다는 것은 에이즈 진단 전에 독성이 큰 에이즈 치료제를 아기에게 시도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과학적 이론은 하나의 케이스에서 출발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행운이 많이 따랐던 이 사례가 많은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성과를 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