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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치매 노모 구하려던 60대 딸 화마에 함께 참변

입력 : 2013.03.05 16:37

5년 수발…'효심 지극' 동네에 소문자자 "요양원 모시자"는 가족들 의견꺾고 직접 봉양


불이 난 방에 90대 노모를 구하러 뛰어든 효심 깊은 60대 딸이 화마에 함께 숨졌다.

노모는 마지막 순간엔 정신이 들었는지 옆에 누운 60대 딸을 바라보고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5일 오전 7시10분께 경기 이천시 중리동 한 단층주택에서 불이 나 김모(91·여)씨와 딸 오모(67)씨가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집(53㎡)이 모두 탔다.

함께 있던 사위 이모(70)씨는 다행히 피해 경미한 화상을 입었지만 정신적인 충격에 아직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씨 부부는 오전 5시께 교회 새벽기도를 다녀온 뒤 안방에서 TV시청을 하던 중 거실과 보일러실 쪽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했다.

둘은 망설일 틈도 없이 노모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나 사위 이씨가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잠시 밖으로 빠져나간 사이 불길은 갑자기 거세졌다.

오씨는 한쪽 다리를 절어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결국 모녀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자녀없이 단둘이 살아오면서 금실 좋기로 소문난 이씨 부부는 10년여 전부터 치매를 앓던 김씨를 "요양원으로 모시자"는 가족들의 의견을 뿌리치고 5년 전 집으로 모셔와 직접 수발했다.

현장에 출동한 이천소방서 관계자는 "화재 진압 후 내부를 살펴보니 딸과 노모가 같은 방에서 나란히 누워 숨져 있었다"며 "다리가 불편했던 딸이 노모를 데리고 나오려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더구나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시신 2구 중 노모는 치매를 앓고 있었으면서도 마지막 순간엔 딸을 바라보고 누운 채 발견돼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이웃 주민들은 "이씨 부부는 치매를 앓는 90대 어머니를 정말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왔는데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