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박시후 사건의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다.
여성 연예인 지망생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른바 ‘박시후 사건’이 막장 폭로전으로 치닫고 있다. 고소인 A씨는 물론 박시후, 전 소속사 대표까지 모두가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진정한 피해자, 그리고 가해자는 누구일까.
‘박시후 사건’이 상반된 이해관계 속에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새로운 폭로가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건 바로 고소인 A씨 측 주장. 지난 15일 박시후와 후배 K씨에게 각각 성폭행과 추행을 당했다며 두 사람을 고소한 A씨는 박시후로부터 무고혐의로 피소됐다.
무고혐의로 피소된 데에는 A씨와 K씨가 사건 당일 주고받은 메시지와 A씨가 또 다른 지인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이 결정적이었다. 박시후에 따르면 이 메시지에는 A씨가 성폭행 피해자로 보이기에는 다소 의문이 들 만한 태도를 취하며, 심지어 지인과 박시후와의 합의금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등 오히려 박시후가 피해자로 몰릴 만한 정황이 존재한다는 것.
이에 대해 A씨는 5일 오전 변호인을 통해 첫 공식입장을 내놨다. A씨는 K씨와 나눈 문자메시지 전문을 공개하면서 오히려 대화내용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내가 왜 박시후와침대에서 잤는지 이해가 안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며 사건 이후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 담겼다는 것. 하루아침에 성폭행 피해자에서 무고혐의 가해자로 몰린 A씨는 진짜 피해자일까.
박시후가 무고 및 공갈미수로 고소한 전 소속사 이야기 엔터테인먼트 C대표 역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C대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시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물신양면으로 노력했다. 그런 차에 이런 상황을 맞아 아쉽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3년 동안 한 목표를 향해 달렸던 전 소속사 대표가 배우로부터 피소 당했다면, C대표는 이 사건의 무고한 피해자일까.
이번 사건에서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된 박시후는 피해자일까. 박시후는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자 “마음을 나눴을 뿐”이라며 성폭행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변호인을 세차례나 바꿀 정도로 이번 사건은 박시후의 사활을 걸고 있다. 10년의 무명생활을 거쳐 얻은 인기를 한번에 잃을 수 있기 때문. 물론 박시후가 이 사건에서 혐의에 대해 유죄가 입증된다면, 그가 연예인으로서 얼마나 잃었든지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될 것이다.
세 사람의 극단으로 치닫는 진실게임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될 피해자가 있다. 바로 지난달 박시후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고소인 A씨라고 신상이 공개된 또 다른 연예인 지망생 L씨다. 본의 아니게 자신의 얼굴과 사소한 과거 이력까지 공개된 L씨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 측근에 따르면 L씨는 적극적인 대처를 할 사이도 없이 신상이 공개됐고 막대한 심적 피해를 받았다.
박시후의 강간혐의 피소로 발발된 이 사건은 세 사람의 치킨 게임을 연상케 한다. 위험천만한 폭로전 끝에 모두가 피해를 입는 게임이라는 걸 알지만 누군가 패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상황이기 때문. 분명한 건 이 사건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폭로는 더욱 거세지며 진실은 흐려지는 가혹한 상황으로 전개된다.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 서부경찰 측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하고 있겠다고 밝힌 만큼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신중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박시후 사건에서 L씨와 같은 제3, 제4의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사진=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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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