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발표됐다. 지난해 같은달 대비 1.4%, 1월대비 0.3% 상승이다.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에서는 "4개월째 연속 1%대에 머문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4개월째 연속 1%대 이하 물가를 기록한 것은 99년 이후 처음이라는 '평가'까지 곁들였다. 지표상으로만 보면 정부의 설명대로 물가안정 노력이 필요없을 정도여서 안정돼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뛰는 서민들의 장바구니 체감물가를 고려하면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실제로 배추는 1년전에 비해 182.3% 올랐고, 당근 173.8%, 양파 83.9% 상승했다. 신선채소의 평균 인상률도 25.1%다.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태풍의 여파로 지난 9월부터 평균 9%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소득하위 20%의 엥겔지수(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가 20.79%로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2월 물가상승률이 고작 1.4%라니...문제는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산정방식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5년에 한번씩 기준년도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품목별로 가중치를 정해 산출한다. 최근 산정표는 2010년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건데, 가계소비지출에서 1/1000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총 8개 품목, 481종)을 기준으로 품목간 가중치를 둬 만든 것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전세로 6.13%(통계청은 백분율이 아닌 천분율로 발표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백분율로 변환한 수치이고 이하 같음), 월세는 3.05%, 휘발유 2.87%, 휴대전화료 2.67% 순이다. 이렇게 해서 만든 산정표를 기준으로 비교 연도의 달별 물가지수를 계산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2010년 가계지수 산정표는 2005년에 비해 공산품과 서비스 분야의 가중치가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장바구니 물가를 좌우하는 농축수산물의 비중은 크게 축소됐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보건이 2.15%p, 교육이 0.32%p 증가했고, 식료품.비주류음료가 -0.45%p, 농산물 -0.11%p 축소됐다. 비중이 축소됐다는 것은 가격이 올라도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진다는 뜻이다. 지난달 처럼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해도 소비자물가지수가 1.4%의 안정세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정부가 어제 발표한 소비자 물가지수에서 농산물이 미친 영향은 0.032%p에 불과했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금리 등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의 방향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기초자료다. 그런데, 이런 허점이 있는 자료를 갖고 "4개월째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평하는 것은 지나친 자화자찬이 아닐까 싶다. 정부도 이런 맹점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그 표현에 화가 날 정도다.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어제 "5년단위로 조사품목과 가중치를 두다보니 현실사정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며, "기간을 단축하고, 또 장바구니 물가만 따로 조사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인데, 우린들 어찌 하리오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수치에만 매몰돼 마치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포장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통계전문가들은 정확한 물가지수 산정을 위해 주요 국가에서 활용하고 있는 체감물가지수를 우리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체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물가지수여서 다소 편차가 클 수 있지만, 요즘처럼 물가변동이 심할 때는 기존 물가지수보다 경제흐름을 읽는데 훨씬 더 유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물가지수가 올라가면 물가당국의 부담은 커지고,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지표의 신뢰성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 아닌가 싶다.